반응형 문화산책22 추천 고전,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잠시만 짬을 내면 완독 할 수 있는, 고전이라 이름 붙었지만 전혀 어렵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장 지오노의 소설 은 사실 해석이나 덧붙임말이 따로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가 모든 것을 다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 관찰자인 '나'는 40여 년 전 프랑스의 한 고산지대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은 프로방스 지방의 아주 오래된 산악지대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황무지였다. 나무를 심은 사람 그곳에서 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잘 정돈된 살림살이, 산뜻하게 면도된 얼굴, 그리고 이름 모를 이방인에게 건네던 따뜻한 수프. 이런 것들이 바로 내가 엘제아르 부피에로부터 받은 첫인상의 이미지다. 폐허 같은 그곳에서 사람들은 나무를 베 숯을 만들어 팔며 힘겹게 살.. 문화산책 2024. 3. 2. 2차 세계대전 배경 프랑스 소설, 미셸 깽 <처절한 정원> ft.레지스탕스 프랑스 작가 미셸 깽이 2000년 출간한 소설 은 프랑스가 독일의 지배 하에 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놀랍도록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나'가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아버지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사임에도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재주에도 없는 광대짓을 하는 아버지가 '나'의 눈에는 볼품없고 초라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그러나, 가스똥 삼촌으로부터 들은 그날의 이야기는 내가 아버지를 성스러운 존재로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그날 아버지에게 머물렀던 신의 손길, 그로 인해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처절한 정원 나치 독일의 꼭두각시 정부였던 프랑스의 비시 정권하에서 레지.. 문화산책 2024. 3. 1. 성장 소설 추천 <아몬드> 손원평 ft.알렉시티미아, 감정표현 불능증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때 학원 강사로 재직한 적이 있다. 무너진 교권으로 인한 사건들로 시끄러운 요즘이지만, 사실 20년 전인 그때 이미 학원에서 선생님으로서의 권위는 '선생님'으로 불린다는 것 외엔 그다지 남아있는 게 없는 실정이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그래도 좀 나았지만, 중병을 앓기 시작한다는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 그 위로 머리가 더 굵은 아이들 중 소위 '문제아'로 분류되던 아이들은 그야말로 통제 불능이었는데 그때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 그리고 그 생각으로 인해 내가 자주 뱉던 말은 "그래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아이들은 언젠간 돌아온다."였다. 말썽을 부리고 끊임없이 속을 썩여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선생님 앞에서 죄송하다며 잘 부탁한다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던.. 문화산책 2024. 2. 29. 외딴방 작가 신경숙 가족 소설 <엄마를 부탁해> 는 소설 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신경숙이 2008년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이야기의 얼개는 간단하다. 엄마를 잃어버린 후 겪는 가족의 아픔이 큰딸, 큰아들 그리고 아버지의 입장에서 각기 장을 달리하여 서술되다 마지막 장에서는 엄마가 화자로 등장해 이 세상에 작별인사를 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남편의 손을 놓치고는 자취도 없이 사라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칠십 노모, 평생 가족을 떠받치며 살면서도 소리 없는 그림자 같기만 했던 엄마는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홀연히 사라지는 것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되찾는다. 엄마를 잃은 가족들은 아프다. 전단지를 만들고 목격자를 찾아다니는데 열중하다가도, 자꾸만 더듬어지는 기억 속의 자신들이 처절하게 후회되어 가슴이 미어진.. 문화산책 2024. 2. 28. 칼의 노래 작가 김훈 소설 <개> 2021년 개정본 소설 는 '칼의 노래'로 알려진 작가 김훈이 2005년 처음 쓴 것을 손보아 2021년 개정본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진돗개 보리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를, 나는 손에 잡은 순간 한 자리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치열하게 현재만을 사는 주인공의 삶을 쫓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리 된 듯하다. 어미의 8마리 새끼 중 하나로, 어느 바닷가 근처 농가에서 태어난 보리는 호기심이 많고 현명하다. 몸으로 부딪혀 세상을 배울 땐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인간과 자연을 사랑할 땐 진심을 다하면서도 자신과 대상에 대한 인식은 바르고 깊이 있다. 보리의 눈에 비친 세상은 때론 거칠고 모질다. 댐 건설로 곧 수몰될 위기의 고향을 두고 배추밭에 주저앉아 울던 주인할머니.. 문화산책 2024. 2. 27. 북한 작가 반디의 단편소설집 <고발> 단편소설집 의 작가 반디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탈북하는 친척을 통해 자신의 원고를 몰래 반출시켰을 뿐, 그는 여전히 북한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 생으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인 그는 자신의 조국인 북한이 구축한 사회주의 체제의 여러 문제들과 그 안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고발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 은 총 7편의 단편소설로 엮인 소설집으로 1989년부터 1993년까지의 5년 간을 창작 기간으로 하고 있다. 탈출기전쟁 후 사회주의 협동경리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던 때 자신의 땅을 고분고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가 된 시아버지 때문에 결혼 후 남편 몰래 피임을 하는 아내, 아내의 결심은 한번 찍힌 낙인으로 인해 자손대대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감지.. 문화산책 2024. 2. 26. <다윈 지능> 최재천 ft.대한민국 과학축제 지난봄,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축제에 다녀왔다. 사람 붐비는 곳을 싫어하는 내가 축제 같은 것에 솔깃할 리 없지만 축제 기간 중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이 있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여 부리나케 사전예약을 하고 다녀온 것이다. 9살 아들과 함께 가기 위해 학교에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전예약을 하고 그렇게 요란을 떨고 간 것이 무색하리만큼 그날 강연장에는 빈좌석이 꽤나 있었다. 강연 제목은 '다윈으로 이야기하는 인류의 미래와 진화'였는데, 교수님의 강연이 "대한민국은 다윈 후진국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걸 듣자마자 난 강연장 내 그 빈좌석들의 의미를 그리고 그 의미의 실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윈 후진국 '후진국'이라는 말 자체가 지닌 부정적 의미 때문에 교수님의 말이 자칫 비난이나 질타로.. 문화산책 2024. 2. 26. 자연과학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제목부터 아름다운 이 책은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박사님의 저서로, 유시민 작가가 추천한 전략적 도서목록에 포함되어 , 등 고전이라 불릴만한 저명한 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빼어난 자연과학서이다. 문장 자체가 훌륭할 뿐 아니라 풍부하게 담긴 과학지식들은 생경하지만 신비롭고도 놀라워 읽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단순히 지식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읽는 이가 인문학적 통찰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최재천 박사님이 신문이나 잡지에 실어오던 동물과 인간에 관한 짧은 토막글들을 다듬어 1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이야기 약 60편으로 엮은 이 책은, 그래서 길게 심호흡하고 붙들고 앉을 필요 없이 간간이 지나가다 들추어보기만 해도 금세 읽을 수 있다는 면에서는 가벼운, 그러.. 문화산책 2024. 2. 25.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ft. 예민성 테스트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두말할 것 없이 내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명확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랜 세월 두통에 시달렸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와 소음을 병적으로 기피하면서도, 이를 앙다무는 습관 때문에 어금니가 다 마모되고 재채기와 젖은 머리카락을 끔찍이 싫어하면서도 난, 그것이 '예민함' 때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눈치를 보며 행동한 것이 오히려 배려와 아량으로 받아들여져, 타인인 그 누구도 날 예민하다고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내가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살게 된 데에 한몫한 듯싶다. 예민함은 영어로는 sensitive, '민감함'을 뜻한다.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 문화산책 2024. 2. 24.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크 샌댈 ft.트롤리 딜레마 어제 아침 식사 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질문이 있다며 나에게 물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은 2군데뿐인데, 한 군데에는 다섯 사람이 있고 다른 한 군데에는 한 사람이 있어. 엄마는 어느 쪽으로 갈 거야?" 니가 그 이야기를 알아?라고 속으로는 놀랐지만 태연한 척하며 답했다. "꼭 선택 해야 해? 그냥 피해 갈 수는 없어?" 뻔히 알면서 뭘 묻냐며, 어서 골라보라는 남편의 핀잔과 재촉이 이어졌다. 어려웠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마이크 샌댈의 의 도입부에 등장하며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트롤리 딜레마이다. 5명의 목숨과 1명의 목숨,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에겐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이 바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하는.. 문화산책 2024. 2. 24. <공감필법> 유시민 ft.글쓰기 전략 4가지 2016년 창비 출판사는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연속 특강 '공부의 시대'를 기획한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는 네 번째 강연자로 초청되어 공부법으로서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하는데 그때의 강연을 글로 옮겨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이다. 작가는 공부법으로서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공부에 대한 정의부터 내린다. "공부란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상식과는 다른 얘길 한다. 공부의 궁극적 목적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니, 공부란 상위권 대학과 돈 잘 버는 직업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고 움칫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꽤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우선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 보고 나서 비판을 하든 공감을 하든 해야겠다. 그게 이 책.. 문화산책 2024. 2. 23.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ft.핵개인이란? 얼마 전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 채널에 송길영 박사가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송길영 박사는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덕에 대중에게도 꽤 알려진, 대한민국의 빅데이터 전문가이다. 내가 그를 눈여겨보게 된 건 21년 출간된 라는 저서 때문이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답게 시대를 읽는 시각이 객관적이고 선명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지에 대한 의견을 저돌적으로 피력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또한 인간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그는 '핵개인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그간 보통 연령에 따라 다른 문화의 층을 이룬 사람들을 모아 "세대"라 일컬었다. X세대, Y세대, MZ세대처럼 말이다. 세대라는 표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 중 특정할 .. 문화산책 2024. 2. 22. 이전 1 2 다음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