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성장 소설 추천 <아몬드> 손원평 ft.알렉시티미아, 감정표현 불능증

신생대유인원 2024. 2. 29.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때 학원 강사로 재직한 적이 있다. 무너진 교권으로 인한 사건들로 시끄러운 요즘이지만, 사실 20년 전인 그때 이미 학원에서 선생님으로서의 권위는 '선생님'으로 불린다는 것 외엔 그다지 남아있는 게 없는 실정이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그래도 좀 나았지만, 중병을 앓기 시작한다는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 그 위로 머리가 더 굵은 아이들 중 소위 '문제아'로 분류되던 아이들은 그야말로 통제 불능이었는데 그때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 그리고 그 생각으로 인해 내가 자주 뱉던 말은

"그래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아이들은 언젠간 돌아온다."였다. 


말썽을 부리고 끊임없이 속을 썩여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선생님 앞에서 죄송하다며 잘 부탁한다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던 부모님들이 계셨다. 

자식을 낳아 본 적 없는 젊은 시절의 나는 속으로 '내가 뭐라고, 난 당신들의 아이를 바르게 고쳐놓을 자신이 없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 때문에 그들의 아이들이, 언젠간 일탈을 끝내고 분명 돌아올 거란 걸 막연하게나마 확신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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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손원평이 쓴 소설 <아몬드>는 머릿속 아몬드가 고장 난 '나'의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나 귀 뒤쪽 어디쯤에 똑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라는 기관을 2개씩 가지고 있는데 이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감정, 그중에서도 특히 공포심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이 알렉시티미아. 감정표현 불능증, 정서적 장애라고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성장 소설 추천 &lt;아몬드&gt; 손원평 ft.알렉시티미아&#44; 감정표현 불능증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나를 엄마는 매일같이 훈련시킨다.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와 같은 말들이 놓일 적정한 자리가 어디쯤인지 사람의 눈과 눈썹과 입꼬리의 움직임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은 무엇인지 등을 수험생처럼 외우게 하고 또 연습시키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그럭저럭 엄마라는 목발을 짚고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던 나는 그러나, 

그날의 사고 이후 혼자가 된다. 보통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대상에 대한 분노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슬픔, 절망으로 고통스러워야 맞지만 역시 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소설은 이런 감정 불능의 내가 자신이 겪은 이해되지 않는 그 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우연히 '곤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와 소통하며 점차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곤이'는 보통과는 다른, 평범에서 벗어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나'와 같지만 거칠고 메말라 보이는 외피와는 달리 그 누구보다 섬세한 감정을 지닌 아이라는 점에선 나와 대치된다. 이처럼 다른 둘이지만 서로를 관찰하고 탐구하며 이해하게 되어가는 과정은

아몬드,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크기도 형태도 모두가 같을 순 없다는 것. 그 다름이 곧 소통 불능이나 어느 한쪽의 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보편, 일반이란 구실로 허용된 편견과 선입견, 이 사회의 낙인찍기는 그 한정된 상자 밖으로 비집고 나오는 그 무엇도 용납하지 않기에 그들은 소외되고 상처받기 일쑤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인 사형수 출신의 미국 작가 P.J. 놀란은 이미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 사형을 당했지만 그가 죽고 17년이 지난 후 진범의 자백으로 결국 그의 결백은 드러나게 된다. 

그는 말했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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