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짬을 내면 완독 할 수 있는, 고전이라 이름 붙었지만 전혀 어렵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사실 해석이나 덧붙임말이 따로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가 모든 것을 다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 관찰자인 '나'는 40여 년 전 프랑스의 한 고산지대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은 프로방스 지방의 아주 오래된 산악지대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황무지였다.
나무를 심은 사람
그곳에서 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잘 정돈된 살림살이, 산뜻하게 면도된 얼굴, 그리고 이름 모를 이방인에게 건네던 따뜻한 수프. 이런 것들이 바로 내가 엘제아르 부피에로부터 받은 첫인상의 이미지다. 폐허 같은 그곳에서 사람들은 나무를 베 숯을 만들어 팔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 힘겨운 생활로 인해 모두가 경쟁하며 서로 다투었지만, 오직 엘제아르 부피에만은 온화했고 평화로웠다.
그는 매일 도토리를 살피고 골랐다. 매일을 하루같이 100개씩의 온전한 도토리들을 고른 후에야 잠이 들었고, 다음날이면 그것들을 지고 나가 산등성이에 구멍을 파고는 도토리를 심었다.
그렇게 3년 전부터 10만 개를 심었고, 10만 개의 씨에선 2만 개의 싹이 나왔다. 그중 또 짐승들이 파먹거나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절반가량은 죽을 것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엔, 아무것도 없던 땅에 떡갈나무 1만 그루가 살아남아 자라게 될 것이었다.
그 여행에서의 경험은 이듬해인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나에게서 까마득히 잊혔다. 그러나, 5년 동안의 참전을 끝내고 다시 찾은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나보다도 엘제아르 부피에 보다도 더 높이 자란 어느덧 10살이 된 떡갈나무들이었다.
모든 것은 변해 있었다. 공기마저도 말이다. 이제 그곳엔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 향긋한 냄새와 흐르는 물소리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나'의 경험을 통해 엘제아르 부피에의 이야기를 하던 소설은 내가 그를 만나 깨닫게 된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서술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 사람이 오직 정신적, 육체적 힘만으로 황무지에서 이런 땅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53년 첫 발간 이후 2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고중 중 하나가 되었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인간이 신념을 향해 흔들림 없는 내면을 가질 때 이루어낼 수 있는 한계 없는 힘의 위대함만으로도 소설은 읽는 이에게 충분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그 위대함이 타고난 재능이나 뛰어난 능력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연의 시간에 기댄 불굴의 의지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감동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작가 장 지오노는 첫 원고를 쓰고도 20여 년 동안이나 거듭 고쳐쓰기를 반복한 끝에야 비로소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작가 스스로도 채현 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기에 비록 분량은 짧을지언정 결코 짧지 않은 인간의 서사를 담을 수 있었던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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