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2차 세계대전 배경 프랑스 소설, 미셸 깽 <처절한 정원> ft.레지스탕스

신생대유인원 2024. 3. 1.

 

프랑스 작가 미셸 깽이 2000년 출간한 소설 <처절한 정원>은 프랑스가 독일의 지배 하에 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놀랍도록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나'가 어릿광대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아버지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사임에도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재주에도 없는 광대짓을 하는 아버지가 '나'의 눈에는 볼품없고 초라해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스똥 삼촌으로부터 들은 그날의 이야기는 내가 아버지를 성스러운 존재로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그날 아버지에게 머물렀던 신의 손길, 그로 인해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배경 프랑스 소설, 미셸 깽 &lt;처절한 정원&gt; ft.레지스탕스



처절한 정원
나치 독일의 꼭두각시 정부였던 프랑스의 비시 정권하에서 레지스탕스에 들어간 아버지(앙드레)와 가스똥 삼촌은 어느 날 두에 역의 변압기를 폭파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레지스탕스 : 독일점령군과 비시정권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저항을 의미한다. 넓게 해석하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파시즘 정권 전체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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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 차림으로 폭발물이 든 가방을 들고 간 아버지와 삼촌은 임무를 멋지게 완수하고 돌아왔다 생각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독일병들에게 체포되고 만다. 체포된 프랑스인은 총 넷으로 그들은 모두 테러 용의자가 아닌 인질로 체포된 것이었다. 인질을 잡아놓고 진범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신 사형시키는 것이 당시로선 합법적이었기 때문이다.

진범이 잡히지 않을 경우 사흘 안에 그들 모두는 총살당할 것이었다. 구덩이에 던져진 채 절망에 빠져 있던 그들은 급기야 제비 뽑기로 희생양을 고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그런 그들 앞에 한 독일병이 나타난다. 구덩이 속 그들 앞에서 광대노릇을 하고 식량을 나눠주며 죽음을 기다리는 그들을 웃게 하던 그의 이름은 베르나르 비키, 어릿광대 출신의 병사라고 했다. 그는 말했다. 인질들 스스로 희생양을 선택한다면 반인륜적 선택을 하도록 한 저들의 논리에 덩달아 춤을 추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다른 인질들의 목숨까지 달린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삼촌은 끝내 자수하지 못한다. 그런데 총살당하기 직전, 진범이 자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들은 모두 풀려나게 된다.

영문을 몰랐던 아버지와 삼촌은 훗날, 자수한 진범이 바로 그날의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어 곧 운명할 처지에 있던 두에 역의 진짜 전기공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의 삶에는 수많은 우연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그것들을 우연이라 부르는 이유는 아무런 인과 관계없이 뜻하지 않게 그저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화자인 '나'가  '신의 손길'이라 표현할 정도로 기막힌 반전을 선사한 이 소설 속 우연도 과연 그럴까? 

우연으로 포장된, 기적처럼도 보이는 그 일련의 사건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내려는 의지와 불의에 항거하고자 한 용기가 작용했다. 우연 이후 만들어낸 광대로서의 삶이라는 필연에 작용한 것 또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책임이었다. 

선함과 인간다움을 실천하기 어려웠던 환경에도 불구하고 결코 꺾이지 않았던 그 숭고한 정신들이 바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의 원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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