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감필법> 유시민 ft.글쓰기 전략 4가지

신생대유인원 2024. 2. 23.

 

2016년 창비 출판사는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연속 특강 '공부의 시대'를 기획한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는 네 번째 강연자로 초청되어 공부법으로서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하는데 그때의 강연을 글로 옮겨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공감필법>이다.

작가는 공부법으로서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공부에 대한 정의부터 내린다.

"공부란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상식과는 다른 얘길 한다. 공부의 궁극적 목적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니, 공부란 상위권 대학과 돈 잘 버는 직업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고 움칫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꽤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우선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 보고 나서 비판을 하든 공감을 하든 해야겠다.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글 읽기의 기본자세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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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나와 세계에 대한 이해
공부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따르려면 우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자원의 유한성으로 인해 우린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할 수는 없다. 다행히도 책에는 수많은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지식들이 넘쳐난다. 바로 독서의 효용이 생기는 지점이다.

저자는 책 속을 여행하며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호소하며 통계치로 드러나는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형편없는 독서량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지식이나 정보 얻기를 독서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글쓴이의 생각과 의도,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며 공감하는 것이 읽기의 일차적 과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 속표지에 직접 적어 넣은 "From one Sapiens to another"이라는 문구에는 인간 역시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종의 생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글쓴이 자신 또한 그러하다는 뜻을 드러내려는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있다. 그러니 우선은 이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책을 읽어봐야 한다.

또 칼 쎄이건이 쓴 <코스모스>라는 책은 과학책임에도 불구하고 글쓴이의 어린 시절 경험과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럴 땐 읽는 이 역시 어린 시절 저자에게 공감하며 저자가 느꼈을 감동을 함께 느껴보려 애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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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글쓴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수용적 독서를 하다 보면 이해와 공감에서 나아가 읽는 이의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 결과 행동이 변하기도 한다. 

저자는 굴원의 <어부사>를 읽고 '세상을 탓하지 말고 세상에 맞춰 살아야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  <공감필법> 中 / 굴원의 '어부사'

<맹자>와 <유한계급론>을 읽고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원망하고 서운해하던 태도를 버렸고 현실에 대한 무거운 책임과 그것을 감당해 내려 애쓰는 자세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해와 깨달음을 넘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고 위로와 격려까지도 받는 것이 공부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 대목이다. 


2단계: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
독서를 통해 느끼고 깨닫다 보면 읽은 이에게도 자연스레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게 된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면 쓰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쓰기의 구체적 전략으로 다음 4가지를 소개한다.
 
1.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젖어본 사람만이 타인으로부터 공감받는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는 비판하기에 앞서 글쓴이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읽는다.

2. 자신의 개별적 경험을 통로로 보편적 결론에 이르는 서술방식은 공감을 얻는데 매우 유용하다.

3.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은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한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어휘력 향상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독서이다.

4. 마지막으로,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매일 같이 써야 한다. 그리고 쓴 글을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 귀에 거슬리지 않으며 뜻이 말하는 것처럼 잘 전해지는지를 점검한다. 


메모하고, 쓰고, 소리 내어 읽어보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글쓰기 역량의 초석을 다지라는 당부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와 표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공부지만 그 초입에는 독서를 통해 세상을 넓고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 놓여 있다는 이야기이다.

독서를 한다고 모두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 중 독서를 게을리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충분조건은 아닐지언정 필요조건임은 분명한 듯하니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우선 독서에 매진해야겠다.


유시민의 책들은 어렵지 않아 좋다. 내용이 가벼워 어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심오한 내용조차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그만의 친절한 표현력과 독자에 대한 깊은 배려 덕분이라 생각한다.

느낌과 감정을 서술할 땐 공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지식을 풀어 설명해 줄 땐 그 적확한 표현과 이해를 돕는 찰떡같은 비유들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을 한 권도 빠짐없이 읽은 독자들을 보고 '그야말로 무서운 독자들'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겸손하게도 그 독자들에게 자신의 바닥이 찰랑찰랑한 것을 다 들켜버렸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나도 그 무서운 독자들 중 하나가 되어보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생긴다. 저자가 말했듯 좋은 이의 글은 반복해 읽고 또 읽는 것이 옳은 공부법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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