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연과학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신생대유인원 2024. 2. 25.

 

제목부터 아름다운 이 책은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박사님의 저서로, 유시민 작가가 추천한 전략적 도서목록에 포함되어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등 고전이라 불릴만한 저명한 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빼어난 자연과학서이다.  

문장 자체가 훌륭할 뿐 아니라 풍부하게 담긴 과학지식들은 생경하지만 신비롭고도 놀라워 읽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단순히 지식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읽는 이가 인문학적 통찰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최재천 박사님이 신문이나 잡지에 실어오던 동물과 인간에 관한 짧은 토막글들을 다듬어 1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이야기 약 60편으로 엮은 이 책은, 

그래서 길게 심호흡하고 붙들고 앉을 필요 없이 간간이 지나가다 들추어보기만 해도 금세 읽을 수 있다는 면에서는 가벼운,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깊이와 우리에게 주는 울림을 생각할 땐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책이다. 

자연과학서 &lt;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gt; 최재천



인간과 동물 
우리 인간이 침팬지와의 공동조상으로부터 분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600만 년 전이다. 태초부터 이 지구를 지배해 온 유일무이한 존재처럼 굴지만 결국 인간도 엄연히 이 자연계의 한 구성원이며 진화의 역사에서 예외일 수 없는 한 종의 동물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만 앞으로 우리 종은 이 지구에서 자멸하지 않고 생존이나마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생명들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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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에 비추어 인간의 삶을 재조명한다. 인간은 동물의 세계를, 약한 개체는 늘 포식자의 밥이 되는 비정한 사회로 여겨 약육강식이란 말로 일축하고 동물들을 지적 능력이나 감정이 없는, 그래서 본능에만 충실한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피를 먹는 괴기한 동물로 알려진 박쥐는 자신이 먹은 피를 게워내 굶고 있는 동료와 나눌 줄 안다. 그리고 박쥐들 사이에 이런 풍습이 유지되는 건 피를 나눠 받은 동료가 잊지 않고 훗날 반드시 은혜를 갚기 때문이다.

고래들 또한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나 몰라라 하는 법이 없다. 몸이 온전치 못한 동료를 여러 마리의 무리가 등에 엎고 다니며 번갈아 돌보기도 하고 사냥될 위기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배로 돌진하는 과감한 모습마저 보이니 말이다.


죽음의 의미를 아는 건 오직 인간뿐이라는 오만한 생각과 달리, 어미의 주검 곁을 지키다 식음을 전폐하고 끝내 숨을 거둔 어린 침팬지의 이야기가 제인 구달 박사님에 의해 전해지기도 한다. 

또 인간 사회와 가장 닮았다고 하는 개미들 사회에서는 자식의 뒤를 평생 돌봐주며 부를 세습하는 무모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과 달리 후세들이 혼자 자립할 수 있는 있도록 하는데만 힘을 쓸 뿐이다.

이 외에도 철저한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비둘기 부부나 여왕벌이 있음에도 다수에 의한 완벽한 민주정치를 실현해 내는 벌들의 사회 등 결코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할 수 없는 수많은 동물들의 삶이 존재한다.


그들의 삶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여러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건 오히려 인간이다. 동물들의 삶을 통해 배우고 깨달아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란 종만이 지닌 고유의 강점을 발휘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은 아직도 온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하며 자연과 숱한 생명들을 파괴하고 있다. 둥지 틀 나무들을 모두 빼앗겨 어쩔 수 없이 전봇대에 둥지를 틀고 기구하게 살아가면서도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까치를 보면 인간들의 행태에 진정 기가 차다. 

낙동강 하류 지역에 방출된 발암성 환경호르몬 때문에 수컷 잉어들이 암컷으로 강제 성전환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 또한 정말이지 끔찍하다. 


전쟁터에서 개미들은 복잡한 집단행동을 매우 질서 정연하게 수행하는데, 그것은 각 개체들의 임의적 행동들의 결과라고 한다. 이끄는 지도자는 없지만 각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 그 판단들이 한데 모여 그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하니 정말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회가 아직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우리도 우리 각 개인을 먼저 돌아봐야 할 일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는 이끌어가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책임져 줄거란 안일한 방관이 결국 우리 모두를 공멸하게 만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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