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칼의 노래 작가 김훈 소설 <개> 2021년 개정본

신생대유인원 2024. 2. 27.

 

소설 <개>는 '칼의 노래'로 알려진 작가 김훈이 2005년 처음 쓴 것을 손보아 2021년 개정본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진돗개 보리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를, 나는 손에 잡은 순간 한 자리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치열하게 현재만을 사는 주인공의 삶을 쫓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리 된 듯하다. 


어미의 8마리 새끼 중 하나로, 어느 바닷가 근처 농가에서 태어난 보리는 호기심이 많고 현명하다. 몸으로 부딪혀 세상을 배울 땐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인간과 자연을 사랑할 땐 진심을 다하면서도 자신과 대상에 대한 인식은 바르고 깊이 있다.

보리의 눈에 비친 세상은 때론 거칠고 모질다. 댐 건설로 곧 수몰될 위기의 고향을 두고 배추밭에 주저앉아 울던 주인할머니나 고기잡이 배를 타고 나가선 끝내 돌아오지 못한 갯가 마을 새 주인의 모습 등은 보리의 눈을 통해 두려운 세상으로 그려진다. 

칼의 노래 작가 김훈 소설 &lt;개&gt; 2021년 개정본


보리는 그런 세상을 헤치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살아가는 개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이 다름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을 눈치 없고 어리석다고도 생각한다.

보리는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충실히 실천하며 살아간다. 험하고 거친 세상에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미련한 인간에게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용기 있게 현실을 붙들고 나아가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엔 언제나 희망과 온기가 살아 있음을 그리고 따뜻한 인간이 있음을 보리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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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눈을 통해 세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이다. 투명망토를 뒤집어쓰고 인간의 시선이 머물지 않는 곳에서의 인간을 관찰하는 기분이랄까.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이 이야기를 팔딱팔딱 생동하게 만들고 풍부하고 감각적 언어들을 통한 섬세한 묘사는 대상을 눈으로, 귀로 직접 보고 듣게 만드니 지루할 틈 없이 읽게 된다.


작가는 차례 「군말」에서 과거의 것을 고쳐 쓰며 "들뜬 기운을 걷어내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혔다"라고 적고 있는데,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언급한 그 기운이 어떤 것이었을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생기라는 말로는 부족한 다소 흥분된 기운과 다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험하고 거센 본능을 지닌 주인공 보리의 고삐를 조금 느슨하게 잡는다면' 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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