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유시민의 논리적 글쓰기 전략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신생대유인원 2024. 2. 15.

 

이 책은 2015년 출간된 글쓰기 관련 전략서이다. 전략서답게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이라는 문구의 띠지를 두루고는 독자들을 유혹한다. 엄청난 기밀을 알고 나면 유시민 작가의 빼어난 글솜씨를 내 몸에도 바로 장착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 다반사가 그렇듯, 왕도란 없다. 

유시민의 논리적 글쓰기 전략서 &lt;유시민의 글쓰기 특강&gt;

*이 책은 문학이 아닌 논술, 사설, 칼럼, 보고서 등과 같은 논리적 글쓰기를 대상으로 한다.


논증 : 이유를 들어 밝힘
논리적 글쓰기의 핵심은 바로 논증이다. 개인 취향 고백이면 모를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주장하는 바를 설득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러한 생각에 이르게 된 경위 즉, 그 이유와 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근거를 들어 주장을 해야 상대는 그에 대해 동의나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근거를 들지 않는 주장은 어린아이 떼쓰기와 다를 바가 없어 의견에 동참할 수도,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따지고 들 수도 없으니 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논증의 과정
그럼, 논증이란 무엇인가?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배척하며 논리의 오류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주장을 편 이와 의견이 다른 상대는 계속해서 묻고 답하며 생각을 주고받는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질문하고 파고들며 또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논증의 과정이 민주적 인간관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설전은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를 존중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 논증은 참으로 낯선 문화다. 설전을 할라치면 '따지고 들고 말이 많은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그래서 저자는 제대로 된 논증을 하려면 미움받기를 겁내지 않을 용기까지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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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훈련과 글쓰기 훈련
말과 글은 밀접하다.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말이 되고 글이 될 뿐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는 행위임에는 차이가 없다. 이 둘은 하나로 얽혀 있으며 그 근본을 파헤치면 바로 '생각'이라는 같은 뿌리가 나온다.

따라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바르고 정확하게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니 글쓰기 훈련이 꼭 책상 앞에 앉아야만 되는 일은 아닌 것이다. 평소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면 쓰기 능력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의 중요성
글쓰기 훈련의 첫 단계는 바로 글을 읽고 발췌, 요약하는 것이다. 발췌가 물리적 작업이라면 요약은 화학적 작업이다. 텍스트를 꼭꼭 씹어 삼킨 후 소화의 과정을 거쳐야 나오는 요약의 글에는 요약자의 사상과 철학이 반영되고 생각과 감정 또한 드러나기 마련이다. 

발췌 요약을 잘하기 위해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독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독해력은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논리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느끼는 것까지를 수반하는데, 이 능력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독서이다. 

중학생 때까지는 추천도서 목록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흥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생활 습관으로 만들고 자신이 읽은 것을 활용해 무엇이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니 말이다.


글쓰기 능력을 위한 독서
그러나 고등학생, 성인이 되어서도 재미있고 잘 읽히는 책만 읽는다면 독해력은 좋아지지만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기는 어렵다.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어휘의 수준과 문장의 질이 다른 책들을 선별해 읽을 필요가 있다. 

인간과 사회, 문화와 역사, 자연과 우주 등에 대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들을 골라 읽을 것을 추천한다.

잘 쓴 글의 기준
잘 쓴 글의 기준은 명확하다. 쉽게 읽히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면 다음 4가지 원칙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분명한 주제
2. 주제를 다루는 정확한 사실과 정보
3. 사실과 정보들의 명확한 관계
4. 적절한 어휘와 문장을 통한 표현

이와 더불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으로는,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고,  모르는 단어는 꼭 사전을 찾아보며, 매일 같이 쓰고, 쓴 글은 소리 내어 읽어보며,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고 한자말, 일본말, 서양말의 오남용을 주의하는 것 등이 있다.


만인에게 평등한 글쓰기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누구나 같은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한다. 글을 읽고 요약하며 사유하고 토론하는 기초 훈련과 함께 시간을 들여 쓰는 날들을 차곡차곡 쌓는 것만이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글쓰기에서만큼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남들만큼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없으니 말이다.

삶으로 쓰기
그런데 우리는 왜 이토록 잘 쓰기를 갈망할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존재다. 살면서 겪고 느끼며 생각한 바가 내면에 쌓이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쓰기는 결국 자신의 내면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일이다. 그래서 글쓰기로서 인정받고 더 나아가 존경까지 받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내면을 지니는 것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능을 아무리 갉고 닦아봐야 황폐한 내면을 지닌 이가 쓴 글이 훌륭할 수 없는 이유이다. 

결국 손이나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삶 전체로 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제대로 사는 연습을 해야만 잘 쓸 수 있다니, 글쓰기 훈련은 곧 매일같이 나 자신을 돌보고 가다듬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로 인생을 채웁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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