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추천 다큐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신생대유인원 2024. 2. 18.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는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평소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고자 나름 노력하는 나로선 제목에 먼저 끌렸고 다음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는 이를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해 냈을까?


사회적 성공과 부를 얻었지만 여전히 공허했던 조슈아는 어느 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을 간소화한다면 삶은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하루 한 가지씩 물건을 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반면, 그의 친구 라이언은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박스에 봉한 후 3주 동안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박스를 개봉하기로 한다. 그리고 3주 후, 개봉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박스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과 필요한 것만 취하는 것 - 이 둘은 처음과 끝이 다를 뿐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의미 없는 것들에서 벗어나 새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는 버린다는 행위로 인해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현대인들에게 물건 중독 증상은 만연하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거대 기업들은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의 기호와 관심사는 물론 의지까지도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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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원하던 것을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게 만들고 계속 무언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구매를 유도할 광고를 늘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우리가 무언가를 계속 사는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많이 말이다.

자유사회라지만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 눈앞에 놓인 것, 우리가 쉽게 고를 수 있는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사게 되는 것,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아닌 그들이 선택한다.

미디어의 발달도 한몫한다. 과거 우리가 보던 건 그저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이었지만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인해 관계집단의 수직적 확장이 일어나면서 비교 집단 또한 한없이 위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감은 그런 물건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물건을 사들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오로지 돈을 버는데 쏟아부어야 하고 그로 인해 정작 좋은 사람들과의 공동체, 소통, 자신의 정체성 확립 등 우리 삶을 만족감으로 채울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을 위해 쓸 자원은 부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많은 것을 소유하고도 항상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삶을 살아간다. 물건이 주는 만족은 찰나일 뿐 아니라 허영에 불과하다. 영화에서는 그것이 자신의 독립성과 자유를 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삶이라고 지적한다.


미니멀리즘의 실천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태도이다. 물건이 가진 목적의식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물건의 효용을 판단해야 한다. 나에게 남게 되는 물건은 생활에 꼭 필요하거나 혹은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 공간의 여유 정도로 불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주도적인 삶은 완벽하지도 쉽지도 않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조슈아와 라이언, 그리고 이를 실천한 많은 이들은 미니멀리즘을 통해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라는 모순된 진리 속에서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발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 그들이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영화는 끝난다.


어떻게 버리고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물리적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단편적 시각에 대해 충고하고 왜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 마무리되는, 53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짜임새로 깊이 있는 내용까지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다.

이쯤 해서 앞에서 언급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다시 정의 내려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계획하에 주도적으로 다루어내는 자세" 정도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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