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퓰리처상 수상작, 추천 고전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신생대유인원 2024. 2. 18.

 

문고판으로 100페이지 남짓한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이다. 

퓰리처상 수상작&#44; 추천 고전 어니스트 헤밍웨이 &lt;노인과 바다&gt;


노인의 바다
노인의 몰골은 초라하다. 몸은 야위었고 얼굴엔 주름 투성이다. 오래전부터 고기잡이를 해오던 두 손의 상처 자국들은 얼굴의 주름만큼이나 깊이 파여있다. 그러나 온 생을 바다와 함께한 탓일까. 노인의 두 눈동자만은 바다와 똑 닮아 푸른빛을 띠었고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반짝였다.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라 마르(la mar : 바다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스페인어)라고 생각했다.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바다를 경쟁과 투쟁의 장소, 심지어 적처럼 여기기도 했지만 노인만은 달랐다. 노인은 바다를 상냥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여겼다.

노인에게 바다는 친구이자 자연이자 이 세상의 원리이자 생의 전부였다.


자신과의 사투
84일 동안이나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은 각오를 다지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새벽부터 분주하던 노인은 동이 틀 무렵 미끼를 드리우고 배를 해류에 맡긴다.

"나는 줄을 정확하게 드리우지, 다만 더 이상 운이 없을 뿐이야. (중략) 운이 있다면야 물론 더 좋겠지. 하지만 난 우선 정확하게 하겠어. 그래야 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으니까."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정오쯤이 되어 물고기 한 마리가 노인의 미끼를 문다. 노인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놀라운 힘을 가진 녀석이었다. 노인은 물고기를 잡아 올릴 수 없었고 물고기 역시 낚싯바늘을 뱉어낼 수 없었다. 결국 물고기와 노인의 작은 돛단배는 그렇게 연결된 채 이틀 낮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바다에서 밤을 지새운 다음날 노인은 물고기에게 말한다. "이제 우린 서로 연결된 거야. 물고기야, 난 죽을 때까지 네놈과 함께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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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노인의 돛단배를 계속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고, 물고기와 노인만이 존재하는 고요한 바다에서 한 마리의 작은 새가 노인의 배에 찾아든다. 노인은 새를 향해 말한다.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리곤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듯이 말이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허기진 노인은 잡아둔 다랑어와 만새기로 겨우 배를 채웠고 챙겨 온 물 한 병을 조금씩 나누어 마시며 목마름을 견뎠다. 배를 끌고 가는 물고기를 다루느라 손에 큰 상처까지 입어 고통스러웠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노인은 젊은 시절 '승리자'라고도 불린 이력이 있는 사내다. 항구 근처에서 한 남자와 팔씨름을 겨뤄 끝내 승리를 거두고 얻은 이름인데 그 겨루기는 일요일 아침에 시작해 월요일 아침이 돼서야 끝이 났다. 그 긴 싸움은 지켜보는 사람마저 지치게 만들어 모두가 무승부인 셈 치자고 바랄 정도였다. 하지만 노인은 그때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런 노인이지만 바다를 건너다보며 자신이 지금 얼마나 외로운지를 새삼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노인은 소년을 떠올린다. 5살 때부터 노인에게서 낚시를 배운 소년은 노인을 최고의 낚시꾼이라 믿었다. 소년은 노인을 사랑했고 지금은 노인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친구이다.


물고기는 변함없이 계속 배를 끌고 나아갔다. 노인은 꾸준히 힘을 줘 물고기의 속도를 늦추면서도 끊어지지 않을 한도 내에서만 줄을 당기려고 애썼다. 그렇게 이틀 밤을 지새운 다음날, 물고기는 드디어 물 위로 튀어 올랐고 이때만을 기다려온 노인은 물고기의 옆구리에 작살을 쑤셔 박아 결국 물고기를 굴복시킨다.

너무 육중해 배에 실을 수 조차 없는 물고기를 배 옆에 나란히 비끄러맨 채 노인은 집으로 돌아갈 길을 잡는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언제나 순간인 법. 피냄새를 풍기는 작은 돛단배를 쫓아온 포식자들은 물고기를 노린다. 상어 떼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물고기의 일부들이 뜯겨 나갔고 노인은 상어와 맞서느라 작살과 밧줄, 노와 칼마저 잃게 된다.

조그만 항구로 돌아왔을 때 노인에게 남은 것은 물고기의 뼈와 대가리, 그리고 지칠 대로 지쳐버린 육신뿐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 겨우 배를 메어두고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반쪽짜리 물고기야. 물고기였던 물고기야. 내가 너무 멀리 나온 게 후회스럽구나. 내가 우리 둘 다 망쳐버렸어."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노인이 낚아 올린 것
노인이 겪은 일은 그것이 과연 현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인간은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는 존재일까?  저렇게까지 내몰린 상황에서도 과연 인간은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존재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물고기와의 사투, 그리고 상어 떼들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보여주는 노인의 행동과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초월적 능력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한 편의 신화를 읽어 내려가는 듯도 하다.

그건 노인이 자신의 온 생을 바쳐 낚아 올린 것이 그저 물고기만이 아님을 말해준다. 노인은 그간 온 힘을 다해, 자연의 섭리와 이치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숭고함들을 낚아왔던 것이다.

헤밍웨이의 문장은 뛰어나다. 이렇게나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에 숨과 생기를 불어넣어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게 한다. 읽어 내려가는 내내 노인의 그 작은 돛단배에 함께 몸을 싣고 있는 기분이다. 어느새 읽는 이의 감정도 출렁이는 바닷물처럼 리듬을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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