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프가니스탄 배경 추천 소설,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신생대유인원 2024. 2. 16.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소설인 <연을 쫓는 아이, 2003년>는 출간 이후 5년간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기록되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 배경 추천 소설&#44; 할레드 호세이니 &lt;연을 쫓는 아이&gt;


1975년 겨울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시작해 2002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봄이 오기 시작하는 어느 날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거시적으로는 그 사이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그 안에서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서사를 담고 있다.


2001년 12월
나(아미르)는 내가 12살이던, 1975년의 어느 겨울날을 회고한다. 나는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를 잃었고, 엄마의 죽음을 탓하듯 나에게 늘 냉담한 아버지(바바)에게선 항상 애정을 갈구하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내면을 가진 소년이었다.

이런 나에게 하산은 유일한 친구였다. 하산은 영리하고 사려 깊으며 용감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선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산은 파슈툰인인 나와 달리 하자라인(몽골족의 후예인 무굴인)이었고 우리 집 하인인 알리의 아들이었다. 그런 하산을 나와 대등하게 대하는 건 아버지 바바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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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엄마가 없었다는 운명까지 닮은 나와 하산은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다.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하산은 내가 읽어 주는 책들을 좋아했다. 1975년 겨울 우리는 함께 연을 날렸고 밖에 나가기 힘든 날엔 따뜻한 난로 곁에서 함께 카드 게임을 했다. 그리고 하산과 함께 집 근처 언덕에 오른 어느 날, 나는 석류나무에 새겼다. '카불 형제, 아미르와 하산'이라고.

하지만, 그 겨울 난 하산을 배반했다. 그 사건은 그 전의 나와는 다른 나로서 나를 결정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속죄하지 못한 죄들이 가득한 나의 과거는 카불을 떠난 후에도 내내 나를 따라다닌다. 


1981년 3월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나와 바바는 카불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정착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품위 있는 삶을 살던 바바의 인생은 그곳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주유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힘겨운 생활, 하지만 바바는 오직 나를 위해 견디며 최선을 다했고 그런 덕에 난 대학을 다니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난 왠지 바바와 단둘이 사는 그곳에서의 삶이 부유했던 과거에 비해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2001년 6월
바바의 옛 친구인 라힘 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릴 적 나에게 냉담했던 바바와 달리 늘 온화했고 나를 지지해 주던 라힘 칸, 그가 말했다.

"아미르, 네가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단다."

역시나 라힘 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던져져 있던 하산의 갈색 코르덴 바지와 푸른색 연과 하얀 눈을 검게 물들이던 작은 핏방울들, 그날의 내가 가졌던 두려움 그리고 배반. 


그러면서도 그건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마땅한 대가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하던 그 비겁함까지도 모두 말이다. 나는 과거 바바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내게 비열한 면이 없다고 했던 라힘 칸의 말은 틀렸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미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죄, 그것은 도둑질이다. 다른 죄들은 모두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알아듣겠니?... 거짓말은 진실에 대한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연을 쫓는 아이>中 바바

라힘 칸이 전화로 들려준 이야기는 하산의 죽음과 그의 아들 소랍에 관한 것이었다. 읽고 쓸 줄 알며 새총을 잘 쏜다는, 어릴 적 하산처럼 총명한 아이가 카불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라힘 칸의 설득으로 결국 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소랍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아세프와 재회한다. 아세프는 그날 하산에게 그랬듯 그의 아들 소랍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난 그날처럼 똑같이 두려웠지만 결코 그날처럼 비겁할 수는 없었다. 과거의 나를 찾기 위해, 앞으로라도 온전한 인생을 살기 위해 소랍을 되찾아 올 혈투를 벌여야만 했다.


2002년 3월
2001년 8월의 어느 따뜻한 날 나는 다시 집에 돌아온다. 또 한 번의 폭력으로 침묵해 버린 소랍과 함께였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프간인들이 모이는 한 행사에 참석한 나는 연을 산다. 그리고 소랍에게 하산에 대해 얘기한다.

"네 아버지는 와지르 아크라르 칸 지역에서 연을 쫓는 덴 최고였다는 걸 내가 얘기했었니?"

연을 손에 쥐자 하산과 함께 하던 그 겨울날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리고 소랍과 팀이 되어 연을 날리는 동안 나는 소랍의 한쪽 입가가 약간 올라가 있는 것을 본 것도 같다. 그 미소 한 번이 당장은 어떤 것도 정상으로 돌려놓지 못하겠지만 난 그걸 두 팔 벌려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작지만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하산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 존재다. 우정과 질투의 대상이자 나의 그리움과 죄책감의 기원이다.

하산에게만은 따뜻했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랑에 늘 목말랐던 나, 그러니 나에겐 하산과의 우정을 부정하는 것만이 질투와 좌절과 절망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난 관심과 애정에 대한 기갈로 고통스러워하던 고작 12살 어린애였으니 말이다.

2001년이 되어서야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은 내가 하산에게 행한 폭력만큼이나 잔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 또한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인종, 계급에 따른 차별과 비인도적 문화의 폭력에서 기인한 것이었으므로 아버지 또한 가해자이기만 했다고 규정하긴 어렵다.

이렇듯 서로 얽히고설켜 아픔과 상처를 주고받는 인물들의 삶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한 시대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권리와 의무, 상식과 관습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그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개인에겐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정해진 운명 앞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과거 앞에 주저앉아있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소설 속 아미르가 후회와 반성을 동력 삼아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며 타인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분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처절한 싸움을 지켜보며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건 결국 우리도 그러한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크든 작든 그러한 경험들만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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