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넷플릭스 추천 영화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

신생대유인원 2024. 2. 17.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영화의 엔딩 컷에 등장하는 이 말을 듣는 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이 명언(?)은 인간 보편의 삶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통찰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lt;완벽한 타인&gt; 이재규 감독


게임의 시작
월식이 예정된 어느 저녁,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은 어릴 적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오랜만에 모인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최근 외도사실이 들통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던 끝, 화제는 자연스레 핸드폰으로 옮겨 간다.

친구가 비밀을 들킨 건 바로 연락처, 쇼핑 내역, 사진 등 한 사람의 머릿속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경지에 이른 정보의 집합체, 바로 핸드폰의 문자메시지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40년 지기 친구들이며 부부 사이인 그들에게도 과연 그런 은밀한 비밀이 있을까? 예진은 조심스레 제안한다.

"게임 한 번 해볼까? 저녁 먹는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걸 공개하는 거야."  <완벽한 타인> / 예진


승리자
무모한 제안, 그러나 그 제안을 거절하는 건 곧 감춰야만 하는 비밀이 있는 사람이라는 암묵적 낙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다. 영화는 이것으로서 질주할 준비를 마친다.

그날 저녁, 7명의 개인은 각자가 살고 있던 공적인 삶으로부터 걸어 나와 아주 개인적인 삶으로, 종국에는 감추어두었던 가장 은밀한 삶으로까지 이어지는 그 비밀스러운 통로를 모두 공유하게 된다.

알게 되는 것도 알리게 되는 것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실상들이 드러나면서 애초에 이 게임에서 승리할 사람은 없었다는 걸, 모두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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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인 처가로부터 사위로도 의사로도 인정받지 못하던 석호는 급기야 분양 사기에 휘말린 상태다. 친분을 과시하던 예진과 수현은 사실 시기와 질투, 무시와 멸시를 주고받는 사이였음이 드러난다.

점잖아 보이는 태수는 밤마다 이상한 사진을 보내는 여성과 교류 중이었고, 그 사실을 숨기려고 꾀를 낸 것이 오히려 게이로 오해를 사고 만다.

시어머니를 실버타운에 보낼까 궁리 중이던 수현의 속내를 알게 된 태수는 불같이 화를 내고, 전 남자 친구의 연락을 받은 세경 또한 준모에게 해명하느라 곤란을 겪는다.

보석세공사인 친구의 전화로  다른 여성과의 교제를 의심받던 준모는 급기야 자신이 경영하는 레스토랑 매니저와의 불륜이 들통나고 만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 낯선 사람이었네..."  <완벽한 타인> / 수현


완벽하지 않은 타인
이 영화에서 설정된 인물들의 관계는 서로 깊이 사랑한다고 믿는 친구 간, 가족 간이다. 그들은 서로가 맺고 있는 그 끈끈한 관계 때문에 상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만 믿는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완전하게 신뢰한다는 건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타인인 것 아니겠는가.

사실 모두가 머리로는 그 사실을 모르지 않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며 나 자신처럼도 여긴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타인'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들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 견고한 신뢰에 균열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으니 언뜻 좀 잔인해도 보이지만, 저녁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핸드폰을 둘러싼 공방전과 사수전이 아주 스릴 넘치게 펼쳐져 꽤나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어요. 우리는 상처받기 쉽고."  <완벽한 타인> /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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