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에서 민달팽이를 만났을 때, 기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얼핏 봐선 지렁이 같은데 지렁이라고 하기엔 길이가 짧고 몸통이 너무 두꺼웠다.
그러다 머리 위 2개의 더듬이를 발견하곤 달팽이 같다고 생각했으나, 달팽이의 상징인 소용돌이 모양 등껍질이 없지 않은가!
역시나 아들 녀석이 옆에서 민달팽이라고 알려 줬다.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등껍질이 없는 달팽이다.
몰캉한 몸덩어리만 기어 다니는 모습이 조금 징그럽기도 하고, 더듬이를 좌우로 흔들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또 조금 귀엽기도 한 그런 녀석이다.
더듬이를 길게 빼고 있지 않으면 그저 나뭇잎이 말린 것이나 길쭉한 열매 정도로도 보인다.
내 생에 저런 달팽이는 처음 본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아파트 놀이터 화단에도 천지 널린 게 민달팽이였다. 그전까진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 관심이 미치지 못한 탓일 거다.
민달팽이에 대해 조금 찾아봤다. 집에 데려가 며칠만이라도 관찰하고 싶다는 아들 성화에 집에 들여보기로 한 때문이었다. 우리 주변 습한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는 가까운 생물이란 사실을 알았다. 낮엔 돌 밑, 흙 속에 숨어 지내다 밤에 기어 나와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보통의 달팽이가 그렇듯 자웅동체라는 사실도 알았다.
민달팽이 키우기
관찰이 쉽도록 숨구멍이 있는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았다. 분무기를 곁에 두고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뿌려줘야 한다. 상추, 배추 등의 야채를 먹이로 준다. 등껍질이 없으니 달걀 껍데기는 필요 없다.
한 가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사육통의 숨구멍이 바늘로 뚫은 정도로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달팽이는 도망간다.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다. 처음에 쇠젓가락을 달궈 구멍을 뚫은 사육통에 키웠는데, 도망친 민달팽이를 다음날 욕실에서 발견한 경험이 있다.
껍질이 없는 녀석들은 몸을 대체 얼마나 가늘게 만들 수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없다. 구멍의 크기와 민달팽이 몸의 두께를 번갈아 보면, 그 구멍으로 녀석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경험으로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이다. 실제 탈출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말도 안되는 일로만 생각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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