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 물때에 따라 다양한 듯하다. 집에서 1시간 거리로 가까워 변산해수욕장을 자주 찾는 편인데
간조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봄이 시작될 때부터 늦가을까지 복어, 낙지, 밤게, 새우, 소라게, 바지락, 맛조개 등을 차례대로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그 많던 생물들이 다 어디로 갔나 싶게 해안가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데 유일하게 사계절 내내, 언제 어느 때 가도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엽낭게가 아닌가 싶다.
엽낭게
엽낭게는 콩게과에 속하는 매우 작은 소형게다. 갑각의 둥근 모양이 꼭 작은 주머니를 뜻하는 엽낭과 닮았다. 그래서 엽낭게다.
커봐야 1cm 남짓, 작은 것들은 2~3mm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 데다 색상 또한 모래알이 뭉쳐진 듯 진갈색, 연갈색들이 얼룩져 있어 모래 갯벌에서 바람에 쓸리는 모래알들로 착각할 정도이다.
하지만, 갯벌에 엽낭게가 살고 있다는 흔적은 명확하다. 바로 엽낭게가 뱉어 놓은 수많은 모래경단들 때문인데, 말 그대로 모래를 동글동글 굴려 만든 듯한 작은 덩어리들로
모래를 집어 먹은 엽낭게가 그 안의 유기물 등의 영양분만을 걸러 먹고는 그런 형태로 다시 뱉어 놓는 것이다. 한 마리의 엽낭게는 하루에도 수백 개씩의 모래경단을 만든다. 해안가 전역에서 모래뭉치들이 굴러다니는 걸 구경하는 일이 매우 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먹이활동은 자연을 정화하는 효과(엽낭게의 입에 들어갔다 나온 모래는 세척된 듯 깨끗해진다)가 있어 엽낭게를 갯벌의 청소부라 부르는 것이다.
엽낭게가 이런 먹이 활동을 하는 시기는 바로 썰물 때이다. (밀물 때는 굴 속에서 지낸다) 모래 속 굴을 파놓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다 다시 빠르게 굴을 찾아 쏙쏙 들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관찰은 쉽지만 움직임이 빨라 주의를 꽤 기울여야 채집할 수 있다.
엽낭게 채집을 위해 준비한 도구는 바로 깨통이다. 스티커를 떼낸 겉면은 투명하고 뚜껑엔 이미 숨구멍이 뚫려 있어 작은 생물 채집통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눈자루가 길고 도톰한 편이라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찰자를 똑바로 응시하는 듯도 보인다.
모래를 두껍게 담고 엽낭게를 잡아 담아 두면 모래 속으로 파고들며 굴을 만드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순식간에 통의 가장 바닥까지 뚫고 내려가서는 자리를 잡는다.
여러모로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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