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서남해에는 진흙갯벌, 모래갯벌, 진흙과 모래가 섞인 혼합갯벌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북해갯벌, 미국 동부해안갯벌, 캐나다 동부해안갯벌, 아마존 하구갯벌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힌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갯벌로 발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에서는 특히 맛조개, 바지락, 낙지, 게, 갯지렁이 등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을 위한 생태학습 장소로 적격이다.
얼마 전 간조시간에 맞춰 찾아간 10월 초 변산해수욕장에서는, 게라면 으레 옆으로 걸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앞을 보고 똑바로 기어 다닌다는 밤게를 만났다.
모양도 색도 겉껍질을 벗은 밤처럼 생긴 녀석을 보자마자 밤게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밤게
전체적으로 동그란 형태의 몸에 색은 개체에 따라 변이가 심하긴 하나 대체로 갈색 얼룩무늬를 지녔다.
서해뿐 아니라 남해에도 분포하며 위에서도 언급했듯 옆으로 걷지 않고 긴 집게다리를 들고 앞으로 똑바로 기어 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건드리면 죽은 척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나, 내가 목격한 것은 오히려 다리를 들고 사납게 저항하는 모습이었다. 그대로 두니 몸을 바로 돌리고는 순식간에 모래를 파고 몸을 숨겼다. 꽤 영리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갯벌의 죽은 물고기나 살아있는 것으로는 민챙이, 갯지렁이 등을 먹고 산다고 알고 있었으나 함께 잡아놓은 어린 물고기를 단숨에 사냥하는 모습에 아이와 나는 기겁을 했다.
살아있는 물고기도 사냥하는 대단한 포식자였다.
밤게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눈자루가 없다는 것이다.
게하면 길쭉한 눈자루 끝에 달린 눈을 빠르게 들였다 감췄다 하는 것이 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보편적인 모습인데, 밤게는 눈자루 없이 2개의 작은 눈이 그저 몸체 앞쪽에 붙어 있어 자세히 관찰해야만 눈을 발견할 수 있다.
동그란 몸체부터 걷는 습성, 눈의 생김까지 여느 게들과는 다른 다양한 특징들을 지닌 밤게 덕에 오늘도 생명은 역시 다종다양하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인간이 범주화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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