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인 탓인지 4살 딸아이와 9살 아들이 모두 감기에 걸렸다. 재채기와 맑은 콧물로 시작하더니 누렇고 찐득한 콧물과 코막힘, 가래가 끓는 것으로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과거 우리 부부는 사실 항생제 신봉자나 다름없었으므로 예전 같으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항생제를 타다 먹였을 것이다. 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항생제 처방에 소극적인 소아과는 기피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4 식구가 돌아가며 병원을 찾는 일이 허다했다. 병원 방문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으며 진료비와 약제비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최악이었던 건 코로나나 독감, 수족구, 결막염 등의 전염성 있는 질병들이 종종 병원을 통해 옮는다는 거였다. 각종 환자들이 집결하는 곳이니 생각해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병원을 끊어보기로 했다. 사실 감기 정도는 자연치유가 가능하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그렇다 보니 증상을 겪는 동안 조금 길게 괴로울 수는 있을 것이나 결국 우리 몸은 정상상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 사이 몸이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도록 자연식물식을 하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대개 그렇듯 완벽한 실천은 아니었고 육고기와 생선, 달걀, 그리고 라면과 과자 등의 초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이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와 간식을 조절하는데 협조한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증상을 지켜보겠다고 하자 의외로 쉽게 동의했다. 항생제를 1주일씩 넘게 먹어야 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모를 거라며 말이다.
자연식물식
식단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아침 식사로 먹은 누룽지다. 아이들은 나물반찬을 먹지 않아 간장으로만 간을 해서 먹도록 했다.
우리는 고구마줄기볶음, 열무볶음, 김치볶음을 반찬으로 먹었고 후식으로는 포도와 배를 각각 차렸다.
자연식물식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에서 나는 그대로의 식품만을 섭취하며 육류와 기름을 최대한 절제하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양의 밥을 먹어도 쉽게 허기가 진다.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그럴 때를 대비해 바나나, 찐 감자, 군고구마 등을 구비해 두면 좋다.
점심 식사로 먹은 건 현미밥, 열무볶음, 오이고추, 조미김, 배추김치, 그리고 부추만 넣어 만든 전이다. 조미김과 부추전엔 기름이 들어가 사실 자연식물식에 어울리는 찬은 아니나 이 정도는 융통성이라 생각하고 허용했다.
지속 가능하려면 너무 극단적인 방법은 좋지 않으니 말이다.
저녁 식사는 현미밥, 열무볶음, 견과조림, 매운 감자조림, 꽈리고추찜, 그리고 열무물김치다. 아이들 반찬으로는 견과조림과 마른김, 간장을 주었다.
아이들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땐 떡국을 끓여 떡을 건져먹고 현미밥을 말아먹게 했다. 평소와 달리 고기를 넣지 않고 끓인 맑은 미역국이나 뭇국도 잘 먹어 주어 다행이었다. 나들이를 갈 땐 무김치나 장아찌만 넣은 김밥을 쌌다.
항생제를 먹은 것처럼 즉각적인 효과는 없었으나 감기는 시나브로 회복되어 정상 상태가 되었다. 열흘 정도 걸린 것 같다. 병원에 가지 않고 감기를 나은 첫 경험만으로도 값진데, 더불어 건선으로 늘 건조하고 거칠던 아들의 피부까지 호전된 모습이다.
감기가 다 나은 후, 자연식물식은 이제 해제라고 말해주자 아들은 그래도 앞으로 과자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안 먹으니 또 그런대로 살만 하다는 것이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인 우리조차,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해 보기 전까진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이 어렵지 한번 넘은 산은 또 넘을 수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 이를 계기로 병원과는 그만 작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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