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아왔다. 당연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모기에 한 방이라도 물렸다간 불치병이라도 얻게 되는 것처럼 4계절 내내 모기장 안에서만 주무시는 친정 아빠를 보면서도, 그건 지나친 강박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람마다 모기가 보이는 반응이 다르고 또 모기에게 보이는 반응도 다르다는 걸, 둘째를 낳고 나서야 절감했다.
바로 옆에서 나란히 잠이 들어도 모기는 둘째 딸아이에게만 집중적으로 반응했고, 똑같이 모기에 물리고 나서도 둘째 딸아이만이 유독 물린 부위가 붓고 딱딱해지다 결국 짓무르고 딱지가 앉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끝이 났다.
그렇게 모기에게 없던 감정이 생겼다. 미웠고 화가 났고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지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나를 물어야지...'
9월로 접어들자 밤기온이 내려가 에어컨 가동 없이 문만 열어놓고 자도 시원해 며칠째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모기의 습격을 받았다.
방충망이 있음에도 작은 날벌레들은 어느 틈으론가 잠입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간과한 탓이라고, 뒤늦은 자책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가을모기가 더 무섭다더니, 아주 작정하고 거하게 잔치를 벌인 거다.
1. 스테로이드 연고
물린 걸 확인하자마자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연고를 발랐다. 내가 사용한 건 실크론지크림으로 예전 소아과에서 처방받아둔 알레르기성,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제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리도멕스연고도 괜찮다. 아침, 저녁 2번 물린 부위 주변으로 범위를 넓게 하여 펴 바른다.
2. 모기 패치
물린 부위에 붙이는 밴드 형식의 패치를, 연고가 충분히 흡수되어 미끄럽지 않은 피부에 붙여준다. (연고를 바르자마자 붙이면 금방 떨어져 버린다)
일단 붙여 놓으면 아이가 긁지 못하게는 할 수 있으나 밴드를 붙인 피부에 또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나는 어린이집 등원시킬때만(아이를 지켜보고 있지 못할 상황일 때만) 가끔 사용한다.
3. 소독약 + 선풍기
이 방법은 사실 물파스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릴 적 모기에 물려 가려울 때 물파스를 바르면 싸하고 시원한 느낌에 한동안 가려움을 잊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났던 것인데,
사실 물파스는 냄새도 고약할뿐더러 긁어서 조금의 상처라도 난 부위에 잘못 발랐다간 그 따가움이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아이에겐 좀 무리다 싶었다.
그래서 대신 스프레이 형태의 소독약을 칙칙 뿌린 후 바로 선풍기로 바람을 쏘여준다. 소독도 되고 싸한 느낌이 물파스와 비슷해 당장의 가려움은 바로 멈추게 해 준다.
4. 얼음찜질
사실 모기 물린 자국은 손만 대지 않는다면 2차 감염 없이 시간이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문제는 가려움인데, 가려울 때 얼음찜질은 가장 탁월한 효과를 낸다.
나는 비닐장갑 안에 각얼음을 3~4개 정도 넣어 냉찜질팩을 만드는데, 이걸 본 아이는 가려운 곳을 맘껏 긁지 못해 울상이 돼 있다가도 금세 키득키득이다.
위풍당당 장갑 괴물이 나타났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자연스레 힘을 잃고 축 처지게 될 것을 알고는 다리며 팔에 열심히 문지른다.
그 사이 가려움을 잃고 또 잊는 건 늘 장난고픈 아이에겐 당연한 일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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