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처방 편두통 치료제 (ft. 두통 일기 쓰기)

 

장마철이 되고는 평소 앓던 편두통 증상이 심해졌다. 두통이 생기는 빈도도, 강도도, 진통제에 대한 반응도 모두 개악되어 매일을 힘들게 했다. 

그간 했던 치료 이력들을 떠올리다 고민 끝에 신경과를 다시 찾았다.

전주에 위치한 맑은머리 최윤주 신경과에서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은 게 21년 초이니, 재방문은 2년 반만이다. 

다시 예방치료를 시작해야 할 수준이라는 진단에 따라 매일 복용하는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물론, 당장 통증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진통제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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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그리진정

Mygrizine Tab. 어지럼증 치료제라고 적힌 이 약이 예방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춰 놓고 하루 1알씩 복용 중이다. 

 

수마트란정

유효성분은 수마트립탄 50mg, 효능에는 편두통의 조속한 완화라고 적혀 있다. 한 상자에 6알. 당장 통증이 심한 환자의 눈으로 봐선 좀 야속한 양이다. 

 

두통이 시작되겠구나 싶으면 바로 복용한다. 절대 참지 않는다.

약을 덜 먹는 게 몸에 이로울 거란 막연한 생각으로 통증을 참던, 미련했던 과거의 내가 아니다.

 

두통 일기

두통 일기에 대해선 병원 로비 책장에 꽂혀 있던 편두통 관련 몇 편의 논문을 뒤적거리다 알게 되었다. 

두통 일기를 쓰면 의사가 환자의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며, 환자 스스로도 본인의 두통 패턴을 파악해 통증 유발 인자를 회피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라고 적혀 있다.

두통일기의 예시

날짜	강도	복용	효과	복용 횟수	동반 증상	유발 요인	전조 증상
	약	수마 트란	O	1	어깨 통증	날씨(비) 수면 부족	안압 상승

논문에는 굉장히 세부적으로 적게 되어 있지만, 난 그날부터 약식으로나마 두통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약물치료 효과

예방치료를 시작한 건, 그러니까 마이그리진정을 복용하기 시작한 건 7월부터다. 그런데, 7월 중엔 뚜렷한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한 달 동안 수마트란(진통제)을 일주일에 2~3회씩 무려 10번이나 복용했다. 

강도는 보통 약했고(이건 통증이 시작되면 진통제를 바로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왼쪽 어깨와 목덜미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 복용 후 늦어도 1시간 내엔 통증이 가라앉았는데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다. 후에 이에 대해 선생님과 상의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하셨다.

정 힘들면 약을 반으로 쪼개 복용하라 하셨지만, 반으로는 효과가 확실히 떨어졌다. 

8월에도 같은 치료를 이어갔는데, 두통은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오늘은 8/30일. 30일 동안 진통제를 단 한 번밖에 복용하지 않았다. 

약은 4주 단위로 처방되기 때문에 약이 떨어져 이틀 전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선생님은 나의 두통 일기를 보시고 장마가 끝난 이유도 있을 거라며 겸손한 말씀을 하셨지만 기적 같은 결과에 난 그저, 마냥,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두통일기를 통해 그간 아리송하고 제멋대로이던 통증을 어느 정도 내 손안에 잡아넣었다는 것, 이것이 또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에 한몫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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