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생물_뿔물맞이게, 누덕옷게 그리고 금게

 

우리는 6월의 제주를 좋아한다. 언제 가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제주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6월을 추천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 초의 제주는(중순을 넘어가면 비가 오는 날이 많을 수 있다.)

기온은 30도 전후로 수영하기 좋고, 바다생물들이 풍부해 채집 관찰하기 그만이며, 무엇보다 휴가철이 아니라 어딜 가도 붐비지 않는다.

당연히 교통, 숙박비도 저렴한 편이다.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의 선택은 6월이었다. 

 

뿔물맞이게

손가락 등반 중

해초와 같은 색

맑고 깨끗한 바닷가 바위에 붙어사는 뿔물맞이게다. 일반적인 게의 모양과는 굉장히 다르게 생겨 처음엔 이게 뭔 괴생물체인가 싶었지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뭐가 됐든 '게'의 일종이겠구나 싶었다. 

뿔물맞이게는 위장술이 뛰어나다. 주변에 있는 해조류 등을 울퉁불퉁한 등껍질이나 털에 붙여 같은 색을 띨 뿐 아니라 바위에 가만히 붙어 있는 습성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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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덕옷게

산호조각들을 붙여 놓은 듯 분홍빛을 띤 채 바위의 일부처럼 붙어 있던 녀석, 온몸에 덮인 털을 이용해 역시나 위장하는 습성이 강한 누덕옷게다. 누군지 이름 한번 잘 지었다.

움직임이 없다면 살아있는 생물일 거라 생각하기 힘든 비주얼이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는 뿔물맞이게와는 달리 부산 인근 연안에서만 서식한다고 하니 나름 귀하신 몸이다. 

뿔물맞이게처럼 바위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습성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운이 좋았다 : )

 

금게

금게는 모래와 비슷해 발견이 쉽지 않을 듯 하지만 굉장히 자주, 그러니까 제주에서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견된다. 

함덕, 월정리, 표선해수욕장 등에서 채집했다.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오자 '게 거품'을 조금 내뿜는다.

아가미 호흡을 하는 생물이 장시간 육지에 있을 경우 호흡이 가빠지면서 일으키는 거품이다. 이럴 땐 빨리 물에 다시 넣어주자.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자줏빛 점들이 보인다. 다리들은 넓적한 모양이며 등딱지 양옆으로 뾰족한 뿔이 나 있다.

해안가에서 잡는 녀석들은 모두 새끼들이라 맨손으로 만지고는 있지만 게들은 생각보다 사나워 종종 물기도 한다.

입이 아닌 집게다리를 이용하는 것이니 정확히는 꼬집는 게 맞겠다. 작은 개체들이지만 꼬집히면 꽤나 아프고 피가 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 

격렬하게 저항하는 듯싶을 때 쓰는 내 나름의 방법은 금게를 뒤집는 것이다. 등딱지를 아래로 하고 누운(정확히는 뉘어진) 금게는 광속으로 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도 거짓말처럼 다소곳해진다.

다소곳

 

단, 다른 종류의 게들에겐 먹히지 않는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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