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만성두통] 통사치료 (ft.전주 빛통증의학과)

신생대유인원 2023. 6. 1.

 

이 글은 [만성두통]과 관련한 이전 글들에 이은, 5번째 포스팅이다. 바로 이전 포스팅에선 신경과 약물치료에 대해 다뤘고, 꽤 효과를 봤음에도 신경과를 다시 찾지는 않았다고 적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복 통

약물치료 이후 큰 문제없이 두통을 잘 다스리며 살아가던 중, 나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당연히 두통도 더 심해질 거란 염려와 달리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약물치료의 효과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던 중 머리가 아닌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소화가 안 되는 듯 싶고 밥을 먹고 나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속이 좀 불편한 정도였던 초기증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한두 달이 흐르자 음식을 먹기 힘든 정도가 되었다. 

그 사이 병원에서 소화제, 위장약 등을 처방받아 먹었으나 전혀 차도가 없었다. 위를 쥐여 짜는 듯도 하고, 배를 쿡쿡 찌르는 것 같기도 한 그 통증은 음식을 먹기만 하면 어김없이 찾아왔고, 때마다 배를 감싸 쥐고 뒹굴기를 반복하던 끝에 결국 최대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만이 통증을 줄이는 방법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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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 이상

위장 기능에 단단히 탈이 났다는 생각에 결국 회사에 병가를 내고, 아는 분이 운영하는 병원을 방문해 내시경부터 찍었다. '위벽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거 아냐?'라며 지레 겁을 먹었으나, 검사 결과 나의 위장은 깨끗한 선홍빛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자율신경계 이상이라고 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눠져 우리 몸의 소화, 순환, 심박, 배설 등의 기능이 균형을 유지하고 정상 작동하도록 해주는 기관이다. 어떤 이유로 이 균형이 깨져, 나의 경우 소화 기관의 문제로 표출된 것이라는 예상밖의 진단이었다.

진단명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 '어떤 이유'만은 충분히 짐작했던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라는 원인이 두통이 아닌 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에, 이제야 정당한 성적표를 받아 든 아이처럼 되려 마음이 놓였다. 

 

통사치료

통사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고는 배가 아픈 나를 엎드려 놓고 엉뚱하게도 등에 수십대의 주사를 놓았다. 통사치료라는 것이 한 번의 치료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히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해 집 근처 통사치료를 하는 병원까지 소개받고 나서야 진료가 끝났고,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를 했다. 당장은 상태가 심각해 스테로이드 성분을 넣어 주사했으니 30분 안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만성두통] 통사치료 (ft.전주 빛통증의학과)


소개받은 곳은 전주 송천동에 위치한 빛마취통증의학과였다. 의사는 나의 진료 이력을 듣고 똑같이 등에 수십대의 주사를 놓는 치료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다음엔 보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그렇게 간격을 늘려가며 주사를 맞았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쓰지 않았고, 식염수를 주사했다. 

복통 때문에 통사치료를 시작했지만 의사는 세심하고 꼼꼼하게 나의 병력을 물었고, 복통보다는 두통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음을 호소하자 어깨, 뒷목 등으로까지 치료 범위를 넓혔다. 맞는 주사가 많아졌다. 

매번 예약을 해 방문했고, 치료 시간은 주사 30분, 주사 후 찜질 30분으로 총 1시간 정도. 진료비는 1회 4만 원 전후로 실비 청구가 가능했다. 의사는 다음 치료 시기가 되기 전이라도 통증이 심할 땐 언제든 방문하라고 당부했고, 약 5개월 간의 치료 기간 중 몇 번은 그렇게 불쑥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5개월 정도의 주기적인 치료가 끝나자 두통은 많이 좋아졌다. 불편해지면 간헐적으로 방문해 한 번씩 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이제 덜 아쉬워진 나는 약간의 두통을 가지고는 굳이 병원을 찾진 않는다. 


지금까지 적어온 만성두통에 대한 증상, 예방법, 치료 이력 등은 모두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똑같이 두통을 앓더라도 그 원인과 각자에게 맞는 치료법이 다를 수도 있음은 당연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대원칙은 있는 듯하다. 뚜렷한 원인이 있는 두통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특정한 이유 없이 겪는 일상적인 만성두통의 경우라면 치료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결국, 평소 생활 습관과 건강 관리만이 해답이라는 것이다. 가장 쉬운 듯 들리지만 가장 어려운 그것만이 통증에서 벗어나는 정도임을 나는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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