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고 자란 고향 서울의 신림동이라는 동네에는 순대타운이 있다. 동네 분식집에서 순대 그대로를 고춧가루 섞인 소금에나 찍어먹을 줄 알던 내가 순대타운에 입성한 건 20대 대학생이 되어서였는데,
한번 순대타운의 맛을 본 후로는 지하철로 30분 넘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줄기차게 드나들었으니 과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긴 무섭다.
태어나 30년을 넘게 산 고향이지만 서울은 나에게 그저 혼잡하고 사람 많아 시끄러운 동네일 뿐, 특별히 애틋한 마음이 드는 곳은 아니다.
다만, 가끔 서울에서 먹던 그 음식들이, 그 맛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역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는 음식만 한 게 없음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미리 보는 재료
순대, 양배추, 당근, 양파, 깻잎, 들깻가루 + 사리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설탕, 참치액, 후추, 참기름
재료 손질
1. 순대볶음에 꼭 들어가야 하는 야채로는 양배추와 양파, 그리고 깻잎이다. 당근은 색감을 내기에 좋지만 맛의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양배추와 양파는 큼직하게 깍둑썰기하고 당근은 원통을 반으로 갈라 얇게 썬다. 볶은 후에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야 하므로 너무 잘게 썰지 않는다. 깻잎은 돌돌 말아 가늘게 채 썬 후 따로 담아 둔다.
2. 순대는 미리 부드러운 상태로 만든다. 포장에서 뜯어 딱딱한 순대를 바로 볶을 경우, 부드러워질 때까지 꽤 오래 볶아야 하는데 그 사이 야채는 다 물러버리고 만다. 그러니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순대를 위생팩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려 미리 부드럽게 만든다.
별 것 아닌듯 보이지만, 중요한 과정이다. 딱딱한 순대를 무작정 넣었다간 순대도 물컹, 야채도 물컹, 양념은 괜찮은데 도통 맛이 없는 그런 순대볶음을 먹게 되니 말이다. 과거의 내가 그랬다.
3. 끝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순대 500g에 들어가는 기본양념은 밥 숟가락 기준 아래와 같다.
간장4 : 고추장2 : 고춧가루1 : 참치액1 : 설탕2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낸다. 빠질 수 없는 설탕과 감칠맛을 내는 참치액까지 넣으면 기본 양념이 되고, 여기에 후추와 참기름을 적당히 섞는다. 순대 특유의 냄새가 싫다면 다진 마늘이나 미림을 추가해도 좋다.
순대볶음 볶기
4.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중불에서 달군 팬에 양배추, 양파, 당근을 넣고 양념장을 얹어 양념장이 야채에 고르게 묻도록 잘 섞어가며 볶는다. 야채가 물러지지 않도록 볶는 시간은 1분 정도로 한다.
5. 볶아진 야채에 순대를 넣고 역시 1~2분 내로 빠르게 볶은 후, 불을 끄고 썰어둔 깻잎과 들깨가루를 넣어 잘 섞어준다.
이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사리를 넣는 시점이다. 준비한 사리가 떡볶이떡처럼 익는데 오래 걸리는 거라면 야채와 함께 넣고 처음부터 조리해야 하고 삶은 당면이나 떡국떡이라면 순대와 함께 넣어도 괜찮다.
순대볶음을 먹을 때 순대만 골라 먹는 건 반칙이다. 첫 입엔 아삭한 양배추, 향긋한 깻잎과 함께 맛을 보고 다음엔 깻잎 위에 쌈장 조금 올리고 순대와 야채를 싸 먹는다.
그다음엔? 그냥 무한 반복이다. 내 위장이 허락하는 한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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