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그 생김만으로는 품종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밥상에 된장과 함께 올라왔다고 덥석 집어 먹었다 매워서 혼이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나에겐 언제나 숙제와도 같은 게 고추다.
그래서 이젠 그냥 풋고추인지, 청양고추인지, 매운맛이 전혀 없는 아삭이 고추인지를 언제나 남편에게 감별하게 한 후에야 고추를 집어든다.
그 와중에 쭈글쭈글한 표면이 여느 고추와는 확연히 달라 식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게 바로 꽈리고추다. '꽈리'라는 식물과 그 주름진 모양새가 닮아 이름 붙여진 꽈리고추는
1960년대 일본에서 전해진 고추의 변종으로 제철인 여름에 수확해 생으로 먹기보단 찜이나 조림, 볶음 등으로 조리해 먹는다. 주름진 모양새로 추정되듯 식감이 아삭하지 않아 생식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리 보는 재료
꽈리고추, 간장, 참치액, 물엿, 다진 마늘
간장과 물엿으로 볶은 꽈리고추는 짭조름하며 달콤한 양념이 고추에 잘 배어 있어 따뜻한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1. 꼭지를 따고 세척한 꽈리고추는 포크나 이쑤시개 등으로 표면에 구멍을 내서 준비한다. 양념이 잘 배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2. 기름을 두르고 약불로 달군 팬에 다진 마늘을 먼저 볶는다. 마늘기름을 내는 것인데, 나는 이것이 양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마늘이 볶아지며 풍기는 향긋한 냄새. 과연 여기에는 뭘 볶아도 맛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든다.
3. 마늘기름이 만들어진 후엔 손질한 꽈리고추를 넣고 분량의 양념과 함께 1~2분 정도 센 불에서 볶는다.
※ 양념 비율 ※
간장 2 : 참치액 1 : 물엿 1
4. 센 불에서 볶아 표면은 그럴싸하지만 여전히 숨이 살아있다. 이럴 땐 고추가 물러지고 양념도 잘 스미도록 뚜껑 덮고 약불에서 2~3분 정도 더 익힌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꽈리고추볶음을 너무 맛있게 먹고는, 엉뚱한 호기심에 일반 풋고추를 이용해 다시 볶음을 만들었더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표면에 구멍을 내고 마늘기름을 만들고 양념의 비율도 똑같이 했건만... 고추에 간이 전혀 배지 않아 심심했고, 물컹해진 고추에선 씹을 때마다 맹물이 찍찍 나와 영 맛이 없었다. 꽈리고추만 볶아 먹는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뿐 아니라 질감과 맛, 그래서 그 활용까지 다른 꽈리고추만의 고유한 영역을 앞으로는 존중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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