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그랬다. 친정에서 받은 택배 박스 안에 한가득인 고구마와 감자를 한꺼번에 해결해 보고자 했고, 그래서 두 가지 식재료가 모두 쓰이는 요리가 무엇인지 궁리 끝에
남편도 나도 좋아하지만 집에서 만들어 본 적은 없는, 한 달에 한 번이나 갈까 말까 하는 분식집에서 감질나게나 먹을 수 있는 야채튀김을 만들어 보자 한 것이다.
튀김기도 없이 계획만은 참 야무졌다. 튀김가루로 반죽해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조금씩 부쳐내면 그냥저냥 야채튀김 같을 줄 알았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야채튀김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상상한 건 앞뒤로 통통하니 약간 길쭉한 모양의 튀김이었기 때문에 나의 결과물은 사실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모양을 차치하고 본다면 그래서 어떤 모양이어도 관계없다면 이건 분명 야채튀김의 맛이다.
미리 보는 재료
고구마, 감자, 당근, 양파, 튀김가루와 소금
야채튀김에서 가장 두드러진 맛을 내는 건 바로 달콤한 고구마다. 그래서 다른 야채에 비해 고구마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1. 고구마는 2개, 감자와 양파는 1개씩, 그리고 당근 조금을 모두 길쭉하게 채 썰어 볼에 담는다. (깻잎을 추가해도 좋다)
생것일 때의 고구마는 너무 단단해 채 썰기가 정말 힘들었다. (익힌다고 그렇게 물러진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고구마 채썰기 과정만 해낸다면 요리는 다 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2. 야채가 담긴 볼에 튀김가루와 물을 넣어 버무리고 소금 1 티스푼 정도를 추가해 간을 한다. 반죽의 농도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표면에 반죽이 묻었다 싶을 정도이다.
일반 부침개를 만들 듯 많은 양의 반죽에 재료가 담기도록 해선 안된다는 점에 유의하자.
3. 이제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중불에서 달군 팬에 반죽을 놓고 노릇할 때까지 익혀주면 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반죽을 조금씩만 뭉쳐 놓아 야채튀김 모양을 만들고자 했으나
반죽이 내 마음처럼 예쁘게 모양 잡히지 않을뿐더러 그렇게는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양이 1~2개 정도뿐이라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결국 반죽을 가득 넣고는 부침개처럼 넓게 부쳤다. 지글지글 소리와 맛있는 냄새. 그래도 이걸 야채튀김이라고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남편에게는 "야채 부침"이라 소개했다.
그런데 웬걸! 맛은 정말 야채튀김 같았다. 물을 섞은 맑은 간장에 찍어 먹으니 한없이 들어가 리필에 리필을 거듭하며 감질나게만 먹던 야채튀김의 맛을 실컷 즐겼다.
처음 맘처럼 되진 않았지만 야채튀김을 집에서 맛보는 썩 괜찮은 방법을 찾은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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