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공원 수돗가에서 사마귀 한 마리를 만났다. 배를 위로 둥글게 말아 올린 것이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사마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크기도 작아 꽤나 귀여웠는데, 대체 배는 왜 저런 모양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 드는 생각은 고작,
'쳐다봐서 화가 난 건가?'
아닌 게 아니라, 나의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정확히 맞받아치고 있는 모습이 덤빌 테면 덤벼봐라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사마귀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새 어느덧 곁으로 온 아들이 말한다.
"넓적배사마귀야. 원래 저렇게 생겼어."
넓적배사마귀
몸길이에 비해 앞다리가 크다. 유충의 경우 배 아랫면을 치켜드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충은 8월~10월 사이에 볼 수 있다.
정도의 정보를 찾아보고는 넓적배사마귀의 유충임을 확신했다. 7월에 만난 녀석이니 성충이 되기 전 유충일 테고, 배를 둥글게 구부린 저런 모양새야말로 녀석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특징이니 말이다.
성충이 되면 여느 사마귀와 같은 모습이 된다니, 그 점은 좀 안타깝다.
사마귀
사실 나에게 사마귀는 어째 좀 무서운 존재다. 날카로운 가시가 돋은 앞발이며 강한 턱, 상대를 쏘아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 그리고 메뚜기, 나비, 매미, 벌 등 닥치는 대로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는 그 포식성까지.
거기에 짝짓기를 하고 나면 암컷 사마귀는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기 일쑤라니...(수컷을 잡아먹은 암컷은 더 많은 알을 낳는다고 한다)
물론, 자연의 존재에게 이유 없는 행동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나에겐 도통 가까이하기엔 어려운 곤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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