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나는 식물과 영 연(緣)이 없었다. 가정에서 흔히들 키운다는 다육이도 호접란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병이 들어 다른 이에게 넘기거나, 그럴 사정이 안 될 땐 속수무책 죽어나가는 걸 보는 수밖에 없었다.
비록 식물이지만 집에서 매번 초상을 치르는 일이 달가울 리 없어 다시는 식물을 들이지 말자 다짐하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여러 화초와 꽃나무들로 잘 꾸며져 식물원을 방불케 하는 친구집을 방문했을 때, 초록으로 물든 그 아늑하고도 싱그러운 공간이 너무 좋아보여 내 마음은 다시 흔들리고 말았다.
사정을 아는 친구마저 누구라도 잘 키워낼 수 있는 거라 부추기며 화초 하나를 내어주겠다 하니 가뜩이나 탐이 나던 차에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받아오고 말았다.
스킨답서스
이름은 스킨답서스라고 했다. 생김새는 매우 낯이 익으나 식물 문외한답게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받아온 이상 열심히 가꾸어 한평생 동거동락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도 좀 하고, 해가 잘 드는 창가에 두고는 지켜보고 또 지켜보며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한 달 사이에도 잎이며 줄기가 눈에 띄게 자라났다. 잎은 하트모양이고 생각보다 뿌리가 굉장히 길다.
위로 올라갈 때는 잎의 크기가 커지고, 아래로 자랄 때는 크기가 작아지며 성장한다더니 과연 그런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크고 있다.
우리 집은 확장형 아파트로 베란다가 협소해 화분을 다룰만한 공간이 없는데, 수경재배로도 잘 자라니 관리가 쉽고 부담이 없다.
병과 해충에 강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잘 적응하며, 공기정화 기능도 우수하니 실내용으로는 정말 이만한 식물이 없는 것 같다.
온도 유지(10℃~38℃)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나 이 또한 실내에 둔다면 문제 될 것이 없는 일이다.
악마의 담쟁이덩굴
스킨답서스는 끈질긴 생명력 때문에 악마의 담쟁이덩굴 또는 악마의 포도나무라 불린다. (나의 네 살 딸아이 "라푼젤의 머리카락"이라고 부른다.)
덩굴성 식물로 높은 선반 위에 올려 두거나 벽에 걸어두고 키우는 것이 적합한데 많이 자랄 경우 그 길이가 40m까지도 된다고 발육이 정말 남다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작은 동물에게는 유해할 수 있는 독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러니 위에 올려두었다 하더라도 키우는 애완동물이 있다면 혹시라도 먹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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