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하천 주변을, 정말이지 오늘은 딱히 뭘 채집할 욕심 없이 아들과 그저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오시더니 하천에서 잡은 듯 보이는 페트병에 담긴 무언가를 보여주며 아들에게 물었다.
"가질래? 미꾸라지야."
깜짝 반가워 화색이 돌던 아들은, 그러나 고맙다는 인사는 제쳐두고
"미꾸라지 아닌데요, 참종갠데요."라고 (아뿔싸) 아저씨의 말을 시정부터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꼬마가 나타나니 좋아할 법하다 짐작하고는 애써 잡은 미꾸라지를 기꺼이 내주던, 허허 사람 좋게 웃던 그 아저씨 앞에서 나는 조금 민망해졌다.
민망함을 뒤로하고 받아 든 페트병에는 2마리의 참종개가 들어있었다.
어딘가 몽롱해 보이기도 하고 곧 불퉁거릴 것 같기도 한 표정이 썩 기분 좋아 보이지 않는 참종개 1과 그보단 좀 옅은 색의 작고 어려 보이는 참종개 2.
참종개는 그간도 여러 번 잡고 싶었지만 하천 바닥 자갈 무더기에 딱 달라붙어 지내는 녀석들은, 빠른 물살에서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 보다도 오히려 잡기가 더 어려웠다.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로는 뜰채질도 힘든 데다 기척을 느낀 참종개들은 돌 틈 사이로 쏙 숨어버리기 일쑤라 한 번도 채집에 성공한 적이 없었던 거다.
'아저씨는 대체 무슨 수로 잡으셨을까?'
미꾸라지와 참종개
둘은 생김이 매우 비슷하다. 길쭉하고 매끈한 몸체며 3쌍의 수염, 지느러미의 위치, 크기까지도 얼핏 봐서는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우선 서식지부터가 다르다.
참종개는 물이 맑고 물살이 빠른 하천의 중상류의 자갈 바닥에 붙어사는 반면, 미꾸라지는 늪이나 논, 농수로 등 진흙이 많은 곳에서 산다. 수질의 영향을 덜 받고 산소가 부족해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서식지가 다르니 이에 따라 먹이도 달라진다. 돌에 붙어 있는 부착조류와 수생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참종개와 달리 미꾸라지는 진흙 속 생물들을 잡아먹고 사는 것이다.
또, 참종개의 몸에는 전체를 관통하는 검은 줄이 있고 이 줄을 따라 규칙적인 점무늬가 있다. 미꾸라지에게도 줄과 점무늬가 있긴 하나 참종개와는 달리 산발적으로 흩어져 얼룩처럼도 보이는 작은 점들이다.
무얼 먹고사는 지야 일일이 추적할 수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무늬는 조금만 살펴보면 구분이 가능하니 참종개와 미꾸라지를 구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함께 읽기
'자연과 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거미 "스파이더맨 슈트의 모델이라고?" (ft.깡충거미) (0) | 2023.09.13 |
---|---|
제주에서 만난 물고기_우럭, 양태, 범돔, 바다장어 (5) | 2023.08.31 |
[초3 추천 도서] 퀴즈로 알아 가는 재미! 카를로 피노의 "척척 곤충도감" (12) | 2023.08.28 |
크레스티드 게코 키우기의 재미 (크레, "너로 정했다") (0) | 2023.08.25 |
커먼머스크 터틀 1년 성장기 (ft. 거북이 여과기 세팅) (0) | 2023.08.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