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나에게 특별하다. 9년 차 나일론 주부 생활에 마침표를 찍자 마음먹고, 앞치마를 두른 내가 주방에서 제일 먼저 만든 음식이 바로 김밥이니 말이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라 먼저 떠올랐을 뿐이지만, 처음엔 엉망진창이던 모양새가 싸면 쌀 수록 탄탄하고 동그랗고 예뻐지는 게 내 손이 부리는 마법 같았다.
6 식구 대가족을 거느렸던 엄마조차 소풍날이나 맘 잡고 싸던 김밥을, 난 이제 김과 밥만 있다면 속재료는 뭐가 됐든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뚝딱 김밥을 말아낸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취향껏 재료들을 골라 넣듯 식구들에게 재료 조합의 선택권까지 주는 여유를 부려가며 말이다.
오늘은 당근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얼마 전 기사에서 전주의 명물 당근김밥집이 주인아주머니의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멀리서도 찾는다는 유명한 가게였지만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탓일까? 나에겐 그저 동네 김밥집 정도로만 인식되어 당연히 부러 찾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다시는 당근김밥을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참으로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이다.
재료 준비
당근김밥에는 (전주 명물 당근김밥을 흉내 내자면) 채 썬 ①당근과 ②계란 지단 ③단무지, 이렇게 3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당근은 필러로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채 썰었다. 김밥 4줄을 쌀 계획으로 당근은 1개 반을 사용했다.
당근 1개 반이 말로는 우습지만, 채칼을 이용하지 않으면 써는 노고가 만만치 않다.
채 썬 당근은 기름을 두른 팬에 소금을 넣고 볶는다. 지켜 서서 타지 않도록 저어가며 너무 약하지 않은, 중불 정도에서 달달 볶아야 한다.
김밥 말기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 밥을 김 위에 펴고 계란과 단무지는 적당량을, 당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듬뿍 올린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당근을 원 없이 넣어야 보통 김밥 정도의 크기가 된다.
김발 없이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김밥을 말아오고 있는 나의 방법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맛있고 예쁜 김밥 만들기!
① 재료마다 모두 간을 한다. 계란, 당근, 오이 등.
② 밥은 2/3 정도 지점까지만 최대한 얇게 편다.
③ 김은 밥풀이 아닌 물로 붙인다.
④ 진밥도 고두밥도 아닌 적당히 찰진 밥이 좋다.
⑤ 손가락 끝으로 재료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만다.
⑥ 말고 난 후 앞뒤로 2~3차례 굴려 모양을 잡는다.
완성
당근김밥이 맛있는 이유는 바로 볶은 당근 자체가 맛있기 때문이다.
소금간만 해 볶은 당근은 단맛의 조미료 없이도 아주 달다. 식감은 또 어떤가? 생당근처럼 아삭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아주 무르지도 않고 수분이 날아가 적당히 꼬들해 씹을수록 입에 감긴다.
재료가 단순해 맛이 복잡하지 않으니 볶은 당근의 장점이 부각된 당근김밥이야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당근김밥을 싸면서, 햄과 맛살이 들어간 일반김밥도 함께 말아봤다. 과연 맛의 차이가 있을까?
햄과 맛살이 맛에 특별히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게 나와 남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건강면에서 보나 재료값으로 보나 당근김밥이 표를 얻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 한 가지 더! 체중조절면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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