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신입생 때 만나 지금까지도 나와 가장 친한 K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결혼해 아들, 딸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린 K가 차린 저녁상은
얌전하고 가지런했으며 넉넉하나 과하지 않아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딱 그 정도로, 어쩜 그리도 그녀의 성품을 닮아있는지.
'과연,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게 사람이구나'
저녁찬을 고민하며 냉장고를 열고 보니, 베이컨과 팽이버섯이 눈에 띄었다.
보자마자 그녀가 만들어 낸 음식 중 하나가 떠올라 따라 해 본다. (그렇다고 그녀처럼 얌전해질 순 없을 거지만ㅎ)
미리 보는 재료
베이컨, 팽이버섯, 후추, 깻잎은 선택
외형만 봐도 누구라도 만드는 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정말이지 간단한 요리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양념 비법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그런 건 없었다. 그저 보이는 대로가 다인 요리다.
밑동을 잘라 손질한 팽이버섯을 베이컨에 말아 굽는다. 끝.
사실, 여기까지가 원래 요리이나 난 깻잎을 추가해 봤다. 팽이버섯을 반으로 접은 깻잎으로 한번 감싼 후, 다시 베이컨으로 말아줬다.
베이컨만으로도 간이 충분하므로 별다른 간은 하지 않고, 구우면서 후추만 살짝 뿌린다.
돌돌 말은 베이컨이 풀어지지 않도록 접합부가 아래로 향하게 두고 먼저 구운 후, 한 번만 뒤집어 노릇해질 때까지 익힌다.
완성된 요리는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담아낸다.
팽이버섯이 이렇게 달다니!
어떤 조합으로 먹을 때보다도 팽이버섯 특유의 단맛이 잘 느껴진다.
쫄깃한 베이컨과 함께 씹는 식감까지 좋아 입에 넣으면 저절로, 천천히, 음미하게 되는 요리다.
깻잎을 추가한 것은 그저 보기에 더 좋을 뿐 맛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니, 팽이버섯으로만 만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손님상을 차릴 땐 나도 그녀처럼 얌전하고 가지런한 사람으로 보이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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