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 중에는
유독 지능이 높아
인간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 있다.
문어나 돌고래가
대표적인데,
나에겐 복어도 그런
생물들 중 하나였다.
사료는 절대 받아먹지 않고
생먹이만 사냥한다는
그 꼬장꼬장한
식성뿐 아니라
앞만 멍하니 쳐다보는
보통의 물고기들과는 달리
좌우로 재빠르게 눈동자를
움직여 의사표시를 하는 듯한
그 표정까지-
그래서
"엄마는 바다생물 중 뭘 가장
키우고 싶어?"라는 아들의 질문에
답은 언제나
복어였다.
복어 입양
복어가 처음 온 날은
2023년 4월 11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손에
작은 채집통이 들려있었다.
친구가 방과후에서
받은 인디언복어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하자
아이는 엄마가 떠올라
신이 났던 듯하다.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헐떡거리며 외친 말이
"엄마가 좋아할 만한 걸 가져왔어!"
였으니 말이다.
인디언복어라고 했다.
작아도 너무 작은
녀석이었다.
귀엽고 신기해
한참을 들여다보며
아이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덜컥 걱정이 된다.
생먹이만 먹고 산다는 녀석을
무얼 먹여 키운다...
사료 시도
복어를 나눠주며
방과후 선생님께서는
냉동장구벌레 한 조각씩을
딸려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죽은 먹이가 아닌가.
먹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마냥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것저것
준비해 본다.
차례대로
시도해 본 것들이다.
1. 일명 "냉짱"이라고 부르는
냉동장구벌레
2. 일반 열대어 사료
3. "감마루스"라는
말린 새우 같은 사료
사료를 넣어주고는
그 작은 채집통 앞에 붙어 서서
반응 살피길
1주일-
그 어떤 것도
입에 대는 걸 보지 못했다.
물론, 사료에 적응하는
복어들이 없지는 않다.
여러 마리를 한 수조에서 키워
먹이 경쟁을 시키거나
여러 날을 굶긴 후
사료를 주면
받아먹는다고
들어서는 알고 있었지만,
모든 복어가
그렇게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사료를 거부하다
굶어 죽는 경우도 분명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배가 고프면 먹게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나
한 일주일이 지나자
복어는 움직임이 둔해지고
확연히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었다.
다슬기 채집
결국 생먹이 채집에
나섰다.
처음 다슬기 4마리를
잡아다 준 게 4월 22일이니
사료를 정말
입에도 대지 않은 거라면
열하루를
굶은 셈이다.
대단하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대쪽 같은 복어선생
다슬기를 넣어주자
먹잇감을 단번에 알아본다.
눈에 생기가 돈다.
잠시 주변을 돌며
탐색하는 듯 하더니
가늘고 약해 보이는
더듬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사냥은 3일 만에 끝이 났다.
자기 몸집만 한 다슬기 4마리가
모두 죽었고,
기분 탓인지
복어는 몸집이 커진 듯했다.
당장 먹일
몇 마리를 잡아와서는
감당이 되지
않겠다 싶었다.
다시 찾은 계곡에서는
다슬기 20마리를 채집했다.
지금은
다슬기를 다른 채집통에
따로 키우며
(다행히 다슬기는 번식력이
뛰어나다.)
한 번에 1~2마리씩만
급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말끔하지는 않다.
손톱만한 복어 한마리를
키우자고
더 큰 먹이통을
들인 일 하며
한 생명을 먹이자고
매번 다른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과연 맞는 것인가?
그래, 그것이
자연의 이치인 건 맞지만
내가 굳이 거기에
가담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그런 꺼림칙함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 상태로
두 생명을 돌보게 될 것이다.
마음 한 켠엔
고민을 들인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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