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토막과 나사가 만나면?
새를 부리는 피리, 버드콜
인간이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경우가 종종은 있다. 주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가끔 방송에 출연해 그 재주를 뽑내는 걸 보면 과연 기가 막히다.
버드콜이 내는 소리는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흉내 내는 소리라고 볼 수는 없다. 나무와 쇠로 만든 나사가 비벼질 때 나는 마찰음이 영락없이 새소리 같아 이름 붙여진 도구인데,
별다른 재주가 없는 인간도 자연의 소리를 마음껏 따라 해 볼 수 있게 하는 아주 신묘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새를 부르는 피리
버드콜을 접한 건 우연히 어느 수목원에 들렀을 때다. 입구 안내센터에는 원내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 때 사용한 교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버드콜이었다.
" bird call? "
처음엔 무슨 물건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 물건을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 작은 나무토막 위에 박힌 나사가 얼마쯤 헐렁한 것을 발견하고는 본능적으로 나사를 조여야겠다는 생각에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맑고 높은음의 새소리가 났다. 영락없는 새소리였다.
버드콜 구입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갖고 싶어 안달이 났다. 작고 예쁜 그 물건은 목에 걸고 다닐 수 있게 되어 있었고, 가뜩이나 생물을 좋아하는 아들은 그것만 손에 넣는다면
앞으로는 자신이 자연의 새들을 얼마든지 부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했다.
집에 돌아온 즉시 검색을 시작- 해외 배송으로 파는 것은 값이 터무니없이 비쌌고 역시나 흔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산으로 숲으로 다니며 새를 불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뭐 얼마나 되겠느냐 말이다.
그러던 중 다행히 한 업체를 발견해 주문을 하게 된다. 버드콜 2개와 배송비까지 1만 원정도로 해외 직구 상품에 비하면 매우 합리적인 값이었다.
아이들은 주문 버튼을 누르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부터 "버드콜은 언제 와?"라는 질문을, 다다음날 택배가 도착하기 전까지 대략 5만 번쯤은 한 것 같다. 늘 그렇듯 말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으리라, 그러나...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버드콜은 거대했다. 말 그대로다. 10살짜리 아이의 손아귀에서도 없는 듯 모습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앙증맞던 게 우리가 본 것이었는데, 택배로 온 녀석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상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눈썹이 일그러지는 아이를 보는 건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었다.
'어찌해야 할까?'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에 정을 붙이는 데에 '나만의 것',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하나뿐인 것'으로 만드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으리라.
민숭민숭하던 나무토막에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보던 생물책에서 원하는 새를 골라보라고 했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로 알려진 벌새가 간택되었다.
지워지지 않도록 아크릴 물감을 이용했다. 나무토막이 이렇게나 크니 그림도 그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하니 아이는 격하게 공감하며 환한 얼굴이 되었다. 완성된 버드콜을 내내 목에 걸고 있다 잠까지 들었으니 꽤 성공한 셈이다.
크고 투박한 것이 문제였을 뿐 영락없는 새소리는 우리가 알던 그대로였다. 나들이 필수품으로 챙기는 건 물론이었고
산이나 숲 속에서 버드콜을 작동시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키득거리는 건 또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정말 새를 정말 불러다 주냐고?
아직까지 그건 잘 모르겠다. 버드콜이 울린 후 새가 응답하듯 울어준 적도 몇 번 있긴 하나 그것이 정말 버드콜에 대한 화답인지, 제멋대로 운 것을 우리가 좋도록 해석한 것인지 아직은 아리송하지만,
우연이든 필연이든 아이는 즐겁고, 엄마가 뿌듯한 것만은 분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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