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남아, 5살 여아를 키우는 집에서 식사 담당을 맡고 있는 나는 매일이 곤혹스럽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내 맘대로 하나의 메뉴를 만들어 내놓고 식사 내내 못마땅한 표정의 누군가 때문에(보통 아들이다.) 불편한 심기로 있다 결국 음식 남기는 꼴을 보거나
아니면 입맛대로, 취향대로 식당처럼 주문을 받아 각자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로 맞춤서비스를 하거나
전자는 마음이 불편한 일이고 후자는 몸이 고된 일이다. 무엇이 더 나은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는걸 보면, 한치의 기울임도 없이 양쪽 다 힘든 일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매 끼니를 그때그때 닥치는대로 부딪히며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자라면 뭐든 더 잘 먹게 되는 날이 오겠지... 라기 보단, 독립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희망으로 말이다.
미리 보는 재료
밥, 계란, 간장, 통깨
+ 각자의 사이드 메뉴 (과일, 김, 치즈 등)
자극적이지 않아 아침식사로 좋은, 그리고 무엇보다 식구 모두가 그래도 큰(?) 거부감없이 먹는 계란볶음밥을 만들었다.
어른들만 먹는다면 파기름이라도 내면 좋으련만, 채소의 'ㅊ'자만 봐도 기겁을 하는 녀석이 있어 패스한다.
기름을 두른 팬에 밥과 계란을 넣는다. 중불 세기로 잠시 두어 계란을 반쯤 익힌 후에 밥과 함께 볶아 준다. 계란과 밥을 처음부터 섞을 경우 볶음밥이 질컥해진다. 이점만 유의한다면 어려울 것이 1도 없는 초간단 메뉴다.
다만, 볶음밥의 완성은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본격적인 상차림을 해보자. 식구들의 취향을 꿰뚫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작업임은 분명한데, 왜 한 톨의 자부심도 생기지 않는 건지...ㅎㅎ
5살 딸아이는 구운계란을 좋아한다. 가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럴 때면 냉장고를 열어 생계란을 가리키며
"까도 저런 색깔인 계란 사주(사줘)"
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계란으로 볶은 밥에 또 계란이 올라가는 무리를 한다.
10살 아들 녀석의 최애 반찬은 계란과 김, 계란은 이미 밥 속에 있으니 김을 잘라 한켠에 놓는다.
요즘 과일로는 수박만한 게 없지만 입에도 대지 않아 그 비싼 델라웨어를 사서 먹인다. 이번엔 내 주머니가 무리를 한다.
그래도 어쩌랴, 학교 급식에서도 거의 밥만 먹고 오는 녀석을 나몰라 할 수가 없어 아침에라도 골고루 과일까지 챙겨 먹이고 싶다. 부모 욕심 맞다.
아이들 때문에 골치 썩는 내 눈치를 봐서인지 남편은 반찬 투정이 없는 편이다. 다만, 아침에는 빵을 먹고 싶어 한다. 한식을 차린 오늘의 희생자는 바로 남편이란 얘기-
가릴 것 없이 버섯을 좋아해 냉장고에 남은 버섯볶음과 김을 올려 주는 나름의 배려를 해 본다.
내 밥 위엔 치즈다. 고소함이 지나치면 느끼함이 되는 법, 계란과 간장으로만 볶고 그 위에 치즈면 딱 그 느끼함으로 넘어가는 경계인데, 난 그런 맛이 좋다.
우리 과일로는 블루베리, 요즘이 블루베리 수확철이라 들었는데 가격은 사악하다. 엄마 친구분이 마침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계신 덕에 호사를 누리고 있을 뿐 사 먹을 생각은 못할 것 같다.
설명은 장황했지만 사실 볶음밥 외엔 따로 조리한 게 없기때문에 굉장히 빠르고 간단하게 차린 아침이었다. 그런데 남편 왈
"차리기엔 빵이 더 쉽지 않아?" (못내 아쉬운 건가)
참 모르는 소리, 빵이라고 같은 빵을 먹느냐 말이다. 본인은 베이글 샌드위치나 도넛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식빵으로 만든 토스트만 먹는데 말이다.
"아침이면 주방 구경은 고사하고 자기 몸 하나 일으키기도 힘드니 알 리가 없지 말입니다."
함께 읽기
'요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보카도와의 재회, 과카몰리 만들기 (1) | 2023.07.11 |
---|---|
[이색 김밥] 통오이 김밥 만들기 (0) | 2023.06.18 |
술안주? 밥반찬? 먹태 볶음 만들기 (ft. 황태, 북어포, 먹태의 차이) (0) | 2023.06.13 |
[훈제 연어 요리] 한 손 가득 베이글 연어 샌드위치 만들기 (0) | 2023.06.11 |
[오이 요리] 여름철 반찬, 오이 볶음 만들기 (0) | 2023.06.09 |
댓글